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40도 가까운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랐다. 비 오는 날, 양말부터 속옷까지 다 젖은 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빙판길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꽃구경 나온 연인과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절뚝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게 온몸을 혹사시키며 임장을 다녔다. 하지만 정작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없을 때, 현타가 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투자를 잘하려면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돈과 운이 있어야 한다.
돈만 있던 바보
돈이 있으면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출 하나 없이 현금으로 전세를 얻었던 우리는 전세금만 빼면 투자금이 꽤 있었다. 그래서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아파트를 샀다. 그리고 1억을 잃었다. 아, 이게 바로 ‘호구’였구나. 그제야 알았다. 나는 실력도 없었고, 운도 없었다.
하필이면 실력이 없을 때 돈과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게 집을 판 매도자는 그 집으로 2억을 벌었고, 나는 1억을 잃었다. 그 사람이 투자 고수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보다 운이 좋았다는 것이었다. 하락장 초입에, 팔기 어려운 저층 물건. 그는 신속하게 손을 털었고, 나는 그 자리에 남아 하락장을 정통으로 맞았다.
운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
솔직히, 나도 운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학창 시절, 모르는 시험 문제를 찍었는데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린다. 같은 병원, 같은 의사에게 쌍꺼풀 수술을 받아도 누구는 자연스럽고, 누구는 어색하다. 부모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지만, 누구는 평생 보호받으며 자라고, 누구는 다른 이의 손에 길러진다.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장에서도 누구는 기회를 잡고, 누구는 손실을 떠안는다.
실력과 운이 함께할 때
두 번째 투자는 달랐다. 이번에는 실력도 있었고, 운도 따랐다. 운 좋게도, 일 잘하는 부동산 실장님을 만났다.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만약 전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 공실 상태로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투자자에게 그런 시간은 리스크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 그런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내가 문 닫고 나온 뒤로는 같은 동네에서 투자한 사람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단지를 100장씩 돌리고 다녔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결국, 두 번째로 투자한 집은 사자마자 2천만 원이 올랐다.
다음 투자? 문제는 돈이었다.
이제 감을 잡았다. 이제 돈을 불리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아파트 임장에 올인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시장에는 30%까지 떨어진 아파트들이 널려 있었다. 금방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좋은 가격에 매수할 기회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살 돈이 없었다. 내가 보유한 아파트들은 시세보다 하락해 팔면 손해가 컸고, 주변 공급이 많아 매수세가 뚝 끊겼다. 한마디로, 물려 있었다.
대출을 받아 매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벌이에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무리한 대출은 도박이었다. 취득세 중과까지 고려하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눈앞에서 수억 원을 벌 기회가 사라졌다.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돈을 벌어야겠다."
좋은 물건을 보는 눈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무용지물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물리기 전까진.
나는 계획을 세웠고, 예상과 달리 나는 이미 물려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차라리 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럼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럼 돈을 훨씬 더 많이 벌었을 텐데.
임장 다닐 시간에 차라리 맞벌이를 하면서 꾸준한 수입을 만들었다면? 그럼 대출을 받아도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수없이 자책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투자 공부를 하면서 중요한 능력을 하나 키웠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살 수도 없는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행동을 멈췄다. 대신, 투자금을 벌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돈을 벌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동안 나는 수많은 재테크, 자기 계발, 투자 관련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하나를 깨달았다.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선 안 된다." 나는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투자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투자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실력, 운, 그리고 돈. 그리고 그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또 다른 선택과 실행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 돈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