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떻게 왔을까, 아기 사마귀
매년 옥상 텃밭에 찾아오는 아기 사마귀! 올해 또 붓꽃 잎줄기에서 만났다. 스마트폰을 들이대니 수줍은지, 아니면 무서워하는지 잎줄기 뒤로 숨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보이는 아주 작은 아기이다.
사마귀 암컷은 가을에 바위 밑, 돌틈, 나뭇가지 등에 알을 낳고 죽는다. 배끝으로 거품을 보글보글 분비해 알집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알집으로 겨울을 나고, 5월 중순 쯤에 알에서 아기 사마귀들이 깨어난다, 대략 200마리가 알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함께 깨어난 형제들은 모두 어디 가고 한 마리만 옥상텃밭에 출현하는지?
해마다 대를 이어서 잊지 않고, 옥상텃밭에 찾아와 주니 무척 반갑다.
사실 난 옥상텃밭에서 아기 사마귀를 만나기 전에는 사마귀를 보면 무서워 도망쳤다. 독사를 닮은 세모 머리, 톱을 닮은 앞다리, 잡히기만 하면 톱날에 찍힐 것 같았다.
아기 사마귀는 다 큰 사마귀와 달리 여리고 연두빛을 띠고 있어서 무척 귀엽다. 옥상텃밭에 갈 때마다 어디서 살아가고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두 번째 만남은 운 좋게도 장맛비가 그친 아침에 호박잎 뒤에 있는 아기 사마귀를 발견한 것이다. 첫 만남 때처럼 숨거나 도망가지 않고, 배 부분을 뒤로 발랑 뒤집고서 가만히 있었다. 이제 자라서 나와 맞짱 뜰 용기라도 생긴 것일까? 사진을 찍어도 여전히 배를 뒤집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남는 궁금증은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하는데, 어떻게 왔지? 코파일럿에게 물어보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봐도 도무지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곤충박사님에게 문자로 문의를 했는데 고맙게도 답을 주셨다.
옥상텃밭 인근에 사마귀가 알을 낳아서 부화된 아기 사마귀가 먹이를 찾아 텃밭으로 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옥상텃밭 주변에 사마귀 알집이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팁까지. 일단 우리 옥상에서는 알집이 없었다. 그런데 주변은 낮은 주택과 옥상에서 식물을 키우는 집이 있긴 하다. 아니면 바로 가까이에 당현천이 있는데 그곳에서 알집이 부화를 했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사마귀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아기 티를 벗어가는 사마귀를 만났다. 보이지 않기에 죽었나, 혼자 살아내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갔나 했는데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친구도 형제도 없이 혼자서 참 잘 살고 있네.”
반가워서 사진 찍고, 물주다 보니 깻잎 뒤쪽으로 옮겨가서 숨었다. 아쉬운 마음에 깻잎을 뒤집어서 사진을 찍으니까 딱 째려 본다.
“그래 잘 살아!”
어떤 해에는 옥상텃밭에서 딱 한 번 사마귀 두 마리가 산 적이 있었다. 두 마리라 눈에 자주 띄었다. 그러다 우화를 다 거쳐서 온전한 날개로 갈아입은 어른 사마귀로 변하고 난 뒤에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콩대에 미국선녀벌레가 하얗게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병충해 약을 친 적이 있다. 약을 치고 이젠 더 번지지 않겠지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큰일이 났다.
사마귀 두 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이다. 아차, 사마귀가 있는 걸 깜박하고-잘 안 보이니까-약을 친 걸 후회했다. 비상! 어떻게 살리지, 해독을 시켜야 하는데 어쩌지! 태풍이 불고 세찬 바람이 불어도 숨어서 잘 살아남았는데 이렇게 죽게 할 수는 없어!
나는 꿀물을 타서 작은 그릇에 담아서 사마귀 두 마리가 빨아먹을 수 있게 입을 대어 주었다. 그리고 죽어버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며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에 가 보니 꿀물을 담은 접시는 그대로 있고, 사마귀 두 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안심이다! 가까운 화단에 있나하고 찾아도 안 보였다. 죽었으면 어딘가에 쓰러져 있었을 텐데.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안심하고, 한편으로는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가을이 깊어가면 사마귀도 보호색으로 갈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