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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이 Jan 24. 2023

마음이 심란할 때 필요한 운동

빵빵한 엉덩이 대신 편안한 마음을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더 늘었다. 활동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운동을 찾아 한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개운하고, 움츠려 들어 뻣뻣하게 경직된 마음도 스트레칭을 한 듯 유연해진다.


 주로 하는 운동은 수영과 홈트다. 이번 달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수영을 일주일에 한 번밖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할 때마다 지치고 숨이 금방 차오른다. 집에서는 유산소와 근력운동이 접목된 운동을 했다. 마흔이 넘어 떨어진 체력과 한없이 처지는 살들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오직 체력증진만을 위했다면 수영으로도 충분했으리라. 체력이라 말하며 탄력 있고 정돈된 라인에 욕심을 냈다. 그러다 무릎관절에 무리가 왔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 유튜버는 나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탄탄하고 건강미가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있다. 마흔이 넘어서도 멋진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불을 지폈다. 그 유튜버처럼 멋진 몸매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운동에 집착하게 되고 몸에 무리가 됨을 알면서도 무시했다.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을 때는 운동 루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유튜브를 뒤져 그에 맞는 스트레칭을 찾아 했다. 운동을 하지 않을 핑계가 생기면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했다. 스스로 정한 운동량을 채워야 일주일을 열심히 산 것 같았다.


 목욕탕을 좋아해서 적어도 이주에 한 번은 간다. 열탕과 냉탕을 오가며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몸의 반응에 희열을 느낀다. 아주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짜릿함이 있다. 냉탕에 들어가면 없던 탄력이 생긴 듯 몸이 바짝 조여지고 열탕에서 나오면 묽은 반죽처럼 흐물흐물하고 나른해진다.

 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몸에 시선이 간다. 가슴이나 엉덩이의 탄력으로 나이를 추측하는 스스로를 속물스럽다 생각하면서도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이십 대는 누가 봐도 다른 뒤태를 가지고 있다. 내가 이십 대 때도 저랬을까? 지방에 가려져 탄탄한 몸이 보이긴 했으려나? 난 그때의 탄탄함이 기억나지 않는다. 넘쳐흐르는 살들에 시선과 정신이 팔려 그 안에 있었을 20대의 탄력을 보지 못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몸무게에 집착하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한 욕심을 내고 있다.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명목아래 여전히 남들과 비교하며 뒤쳐지고 싶지 않고 탄력을 잃고 싶지 않은 욕심이 나를 옭아맨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은 날처럼 불안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사람처럼 죄책감에 시달렸다. 유난히 많이 먹은 날은 운동을 하며 땀으로 죄책감을 씻어 내렸다. 적어도 체중계에 서기 전까지는 만족스러운 편안함을 느꼈다. 운동을 할 거라는 생각에 많이 먹기도 했다. 하지만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운동을 한 들 한껏 부풀어 오른 배는 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다음날까지 속이 더부룩했다. 운동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날에는 조절하며 적당한 양을 먹었으니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 내 몸에는 더 이로웠을 수 있다. 적어도 나의 위에게는.


 오늘도 수영을 갔다가 수명이 다한 수세미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언제쯤 물을 먹지 않을까? 접영을 하다 힘이 빠지면 제대로 수면 위로 뜨지 못해 입으로 물이 한가득 들어온다. 수영을 하다 컥컥거리며 기침을 하고 수경에 물이 들어가 앞이 보이지 않아 벽에 머리를 찧거나 선을 넘어 진로를 방해하면 창피하고 부끄럽다. 어리바리하고 덜렁대는 모습은 나의 삶에 진득하게 녹아 있다.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 더 잘하고 싶다는 과욕이 나를 더 아둔하게 만든다. 힘들면 적당히 쉬어가면 되는데 애당초 시작을 하지 않았음 안 했지 중간에 쉬는 걸 못한다.


 홈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따라 하고 싶은 욕심이 운동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킨다. 글을 쓰기 전에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운동에서까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싶지 않다. 누가 시켜서 하는 글쓰기도 아닌데 글을 쓰지 못하는 날에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때 필요한 건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이다.


 요가를 처음 접하게 된 건 20대 시절 다이어트를 위해 구입한 ’ 원정혜의 해피해피 요가 다이어트‘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 이후로 옥주현의 다이어트 요가 비디오가 나왔고, 한동안 열심히 따라 했던 기억이 난다. 30대 이후에는 필라테스를 배우며 요가 프로그램에 한 번씩 참석했던 게 다다. 그때는 필라테스나 수영처럼 요가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힘이 들고 땀도 나지만 정확히 어디에 좋은지 알 수 없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마음이 어지럽고 심란한 날이 많다. 그런 날은 글도 안 써지고, 운동도 하기 싫다. 하지만 종일 외출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에너지(집안일)만 쓴 날은 하루를 열심히 산 것 같지 않아 몸에게 미안해진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요가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는 거라 완벽한 자세와 호흡을 하지는 못하지만, 하고 나면 뻐근했던 몸이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가 원하는 근력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오전에 요가를 하면 하루를 가볍고 말랑하게 시작할 수 있고, 자기 전에 요가를 하면 삶의 부담감에 짓눌렸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어쩌면 요가원에 등록을 해서 제대로 된 요가를 배우면 여느 때처럼 완벽하고자 하는 되지도 않는 욕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요가도 부담으로 다가오겠지.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요가의 이로움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 편안한 마음보다 빵빵한 엉덩이를 다시 원하게 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엉덩이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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