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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이 Jun 27. 2023

루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작은 숨구멍!

글쓰기 루틴 만들기

매일 글을 쓰자고 다짐한 지 18일째.

100일을 목표로 했는데 고작 18일 안에서도 고비가 찾아왔다.

몸이 안 좋아서, 기분이 안 좋아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정말 쓸 얘기가 없어서.

핑계는 넘쳐났고, 밤 12시가 되어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다.


지금껏 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루틴 만들기는 금주였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까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신과 싸우며 버텨야 했다.

그것이 벌써 500일이 넘었다.

금주를 한 후 성취감이 높아져서 기세를 몰아 다른 좋은 습관들에 도전했다.

모닝페이지 쓰기, 듀오 링고 하기, 홈트 100일 챌린지 하기 등등.


모닝페이지는 확실히 나에게 유용했다.

공책 세권 정도를 갈아 치울 만큼 모닝페이지에 열심이었다.

그 열정이 새벽 6시쯤 저절로 눈이 떠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200일쯤 되자 열정이 예전 같지 않았다.

새벽에 시간을 맞춰 일어나기도 힘들더니 점점 기상 시간이 늦춰졌다.

요즘은 7시 30분에 일어나 바로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도 일어나기 힘들어서 겨우겨우 일어난다.

단지 모닝 페이지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 그런 건지, 한 살 더 먹었다고 체력이 안 받쳐줘서 그런 건지.

반반인 것 같다.

글쓰기 루틴에 정착하기 위해서라도 모닝 페이지 쓰는 습관은 그만두고 싶지 않은데.

내일부터 다시 시작?


난 항상 이런 식이다.

다이어트도 그렇고 진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실패에 실패를 더해가면서도 간간이 맥을 이어간다.


어학공부 앱인 ‘듀오링고’는 정말 어떤 것보다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일본 여행을 갔다 오고 손을 놔버렸다.

200일 넘게 듀오링고로 일본어를 공부했건만, 여행 가서는 한마디도 자신 있게 할 수 없었다.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을 쏟아부었던 만큼 열심이었기에 기대가 컸었는데.

여행 이후로 듀오링고를 하고자 하는 목표의식이 사라져 버렸다.

일본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오로지 해외여행을 위한 것이었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고서 과감히 접었다.

물론 이것은 듀오링고의 문제가 아니다.

극 I 인 나는 완벽하지 않은 외국어를 소리 내 말할만한 배짱이 없었다.

애써 생각해서 꺼낸 말이 틀리면 어쩌나 걱정부터 했기 때문에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수많은 심사를 거쳐야 했다.

그렇게 심사를 통과한 일본어는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한심하다.

이건 절대로 듀오링고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 하루라도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듀오링고를 과감하게 접었다.

듀오링고에 매달리는 열정만큼 글쓰기에 매달리지 못했다는 생각도 한 몫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글을 쓸 수는 없다.

좋은 루틴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최근에는 아침에 종이 신문을 읽는 루틴을 만들고자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

아침 시간을 신문 읽는 데에만 할애해야 했고, 아침부터 뉴스를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 제멋대로 돌아가는 나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나의 무기력함만 재확인시킬 뿐이었다.

염세적이 되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신문 구독을 끊어야 했다.


나는 끝없이 새로운 루틴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다.

내향적인 성격에서 가장 적극적인 삶의 태도라 하겠다.

왜냐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요즘 내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글쓰기 루틴 만들기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침에 일어나질 못하니, 자정이 넘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미루거나 회피하는 나쁜 습관은 고쳐지지가 않는다.

이러면 내일 또 늦잠을 자겠지.


차라리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쓰자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지만, 그러면 오늘의 글쓰기는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되니 원칙주의자에게는 허용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미 자정이 넘었지만 아직 잠을 자지 않았으니 내일이 된 것은 아닌 걸로!

원칙주의자에게도 숨 쉴 구멍은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루틴이든 길게 끌고 갈 수 있다.

금주 이후로 가장 힘든 글쓰기 루틴 만들기를 성공할 수 있을지.

일단 오늘은 성공!

앞으로 80개의 고비만 더 넘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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