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에 아이들이 오면 가장 먼저 건네는 첫 마디.
“어디가 아파서 왔어?”
아이들은 대부분 두통, 복통, 생리통, 근육통, 인후통 때문에 보건실에 와요.
중고등학교 주된 “통 시리즈”죠.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학생이 기운 없이 보건실에 들어와요.
“어디가 아파서 왔어?” 물어보니까
아이는 양손으로 아랫배를 움켜잡고
“생리통 때문에 힘들어서요.”라고 간신히 대답하더라구요.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탐정처럼 질문을 이어갔어요.
"오늘 생리 시작한 지 며칠째니?"
"첫날이에요."
생리통으로 힘든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은 ‘생리를 시작한 지 며칠째 되었냐’는 점이에요. 생리통은 주로 시작한 지 첫째날, 둘째날이 가장 아프거든요.
아이에게도 똑같이 물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첫날이라고 답하더라고요.
보건교사 : 통증 척도가 0~10 중에 어느 정도 되니? 0은 통증이 아예 없는 거고, 10은 죽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야.
학생 : 5~6 정도예요.
보건교사 : 약 먹었니?
학생 : 아니요.
보건교사 : 그럼 지금 약하나 줄게. 평소 생리통일 때 어떤 약 먹어?
학생 : 저 약 잘 안 먹어요.
보건교사 : 통증 점수가 5에서 6점이면 많이 힘들 거 같은데 진통제 안 먹는 이유가 있니?
학생 : 엄마가 내성 생긴다고 먹지 말래요.
“내성”
약물의 반복 투여로 약 효과가 저하되는 현상을 뜻해요. 한 달에 1번 생리 기간 동안 복용하는 진통제의 양으로는 내성이 생기지 않아요. 올바른 약 용법과 용량을 지켰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학생들이 먹는 진통제는 대부분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전문의약품보다는 내성이 생길 확률이 적어요.
또, 약을 구강투여하는 경우, 작용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정도 걸려요. 그렇기 때문에 통증이 시작되었으나 꾹 참고 있다가 통증이 피크로 올라갔을 때 약을 복용하게 되면 약 작용시간까지 최소 30분은 더 고통스러워야 해요. 생리통으로 힘든 여성분들은 너무 공감하실거 같아요. 그래서 통증 강도 점수가 3 또는 4정도 됐을 때 즉, 통증이 올라오는 느낌이 있을 때 미리 진통제를 먹는 것을 추천해요. 편두통 약도 같은 이치에요. ‘두통이 시작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약을 먹어야 편두통으로 힘든 것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아차차, 생리통으로 매달 힘들어하는 여학생들에게 전달하고픈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중요한 일,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 면접, 발표가 있는 날이 생리 예정일과 겹친다면, 미리 병원을 가서 생리통이 예상되니 생리를 건너 뛸 수 있도록 피임약을 처방받는 것을 추천해요. 매달 생리통으로 보건실에 오는 학생이 있어요. 9월 추석이 끝나고 저에게 와서 이런 건강상담을 했어요.
“선생님, 저 매달 생리통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이번 수능 때 생리할까 봐 너무 걱정되는데 저 어떻게 해요? 친구들이 그러는데 피임약 사먹으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피임약 저 한번도 안 먹어봐서 걱정돼요.”
처음 피임약을 복용하는 거라면 본인에게 어떤 약이 맞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피임약을 잘 못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거든요. 경구피임약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혈전이에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혈액이 응고되어 피딱지가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중요한 혈관을 막을 수 있어요. 특히 흡연자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죠. 그 밖에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요. 경구피임약과 다른 약물을 같이 복용했을 때 피임약의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거든요. 중요한 날 생리통으로 생리를 안하게 하고 싶은데 부작용이 생기면 속상하잖아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확한 시간에 매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용법을 정확히 지켜야해요. 피임약마다 복용 시작 시간이 조금씩 다르기도 해요.
조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처음 피임약을 먹는다면, 산부인과에 가서 나에게 맞는 피임약을 처방 받기. 그리고 약의 용량, 먹는 시간, 먹는 방법을 꼭 지키기.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어렵지 않게 피임약을 활용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생리통을 줄이고 싶다면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해요. 생리통을 완화하기 위해 무조건 약을 복용하기보다는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잘못된 습관인 걸 아는데 잘 안 고쳐지는 경우도 있는데, 매달 생리통으로 힘든 것보다 평소에 조금씩 노력하면 언젠간 생리통이 조금씩 없어지는 나를 발견할 거예요.
생리통을 완화시키기 위한 생활습관은 매일 걷기, 요가 같은 혈액순환에 도움 되는 운동을 추천해요. 생리통이 있는 주위 친구와 함께 같이 운동하는 건 어떨까요? 혼자 하면 자꾸 미루고 안 하게 되니깐요. 균형 있는 식사도 도움이 돼요. 다이어트를 하거나 학원 가기 바빠서 저녁을 굶거나 인스턴트로 때우는 경우가 많죠? 고당분 음식이나 정제된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는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켜요. 혈당이 왜 생리통이랑 관련 있냐구요? 생리주기동안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변화하는데 이 호르몬은 인슐린 감수성과 관련이 있고,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리통이 더 심해질 수 있죠. 또 따뜻한 물을 하루에 7~8컵씩 섭취하면 도움이 돼요.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생리통 있는 학생은 주목~!! 차가운 음료도 도움이 안 되지만 커피에는 카페인이 있죠. 생리 중에 자궁내막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성분이 나와 자궁수축을 유발하면서 생리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요. 자궁수축이 과도하게 수축돼서 생리통이 생기는데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해요. 둘 다 혈관 수축이죠. 그런데 카페인과 생리통이 개인의 신체 반응마다 다르다고 해요.
그래도 보건쌤은 추천하지 않아요.
카페인은 이뇨작용도 있어 탈수를 유발하고 탈수는 생리통을 악화시킬 수 있죠. 또 생리 중에는 복부 팽만감이 있어 소화가 잘 안되는데, 카페인은 속쓰림, 소화불량 같은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어서 먹지 않았으면 해요.
가끔 생리양이 많거나, 생리통이 심해서 쓰러지는 학생들도 종종 봐요.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생리양이 많아 3시간 이내에 생리대(대형)가 흠뻑 젖을 정도이거나, 3주기 이상 월경이 없으면 꼭 병원 가서 진료를 받길 바라요. 샘이 봤던 학생 중에는 생리양이 너무 많아서 패드를 2시간마다 계속 교환했는데, 병원 가서 진료를 본 후 난소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았었어요. 일찍 발견해서 다행히 치료를 잘 받아 지금은 괜찮다고 해요.
다음 편에서 또 보건실 이야기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