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길에 주차장에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평소 자주 다니는 계단이 아니라서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한 뒤에 정작 나는 잠시 딴생각을 한 건지
신발이 미끄러진 건지…
내가 계단에서 굴렀다.
눈앞에 계단에서 구르는 게 느껴지는데
멈추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어깨를 난간에 긁으며 브레이크를 걸어서 겨우 멈췄다.
한쪽 어깨는 피가 났고
짚었던 손가락과 팔은 아팠고
무릎은 멍이 들었지만
다행히 아이 손을 잡고 있지 않아서
아이는 전혀 다치지 않았음에 정말 감사했다.
늘 항상 계단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편인데
하늘이 도운 건지 손을 놓고 있던 때라….
내가 저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면 저 아이가 더 크게 다치지 않았을까
얼마나 다행인 건지….
부모가 되기 전엔 몰랐다.
아이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겠고
아이와 내 생명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진심이라는 것을…
난 좀 덜 먹어도 아이가 잘 먹으면 그걸로 너무 행복하고
아이가 안 먹으면 그게 얼마나 속상한지…
예전에 엄마가 그런 말을 하면 말도 안 된다고 믿지 않았는데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게 사실이구나….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혈액형 검사를 했을 때
내 혈액형과 다른 AB형이라 속상했던 기억이 났다.
그럴 일이 안 생기는 것을 가장 피해야지만
혹여 만에 하나 피나, 장기를 줘야 할 때 혈액형이 맞는 게 1번이라
나와 같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와 다른 게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생각할수록 모성이란 정말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