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연말 연초 시즌…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
우리 회사도 연말엔 승격자 발표가 있고
연초엔 직제 이동과, 부서 이동이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 회사는
급여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회사라
퇴사율과 이직률 자체가 낮아서
워킹맘도 많지만 딩크도 많고,
골드 미스분들도(이분들이 가장 부러움) 많다.
워킹맘도 조부모님이나 돌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처럼 아무 도움 없이 하는 건 이 조직에서도 쉽진 않다.
우리 부서에서 아무 조력자 없이 소화하는 건 혼자니까..
그것도 복지가 좋은 편이라 가능하지… 다른 회사에 다녔으면 진작 포기하지 않았을까?
워낙 예민도가 높은 아이라
복직 초기엔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너무 헌신적으로 잘해주시고 덕분에 조금은 편한 생활이었는데
집이 지방에서 셔 주말과 주중에 지방을 왕복하는 게 체력적인 부담이셨을까…
친정 엄마가 초기 암 진단을 받으셨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평생 여행에 친구분들과 즐기시면서 사시던 분이라 육아하시기엔 너무 힘드셨던 게 아닐까…
죄책감과 더불어 혹시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수술에서 치료 시까지 가슴을 졸이고 또 졸였다.
(다행히 지금은 완쾌하시고 추적관찰 중이심)
다시 부탁드렸다가 혹시나 재발이라도 하면.. 죄책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어쩌다 찬스 외엔 부탁드리기가 편하지 않다.
돌봄 선생님도 고민했지만,
엄마가 아주 늦게 데리러 올 지언정 꼭 엄마가 오길 원하는 아이이고…
등원도 엄마가 해줬으면 하는 아이라서…
돌봄 선생님을 쓸 수가 없는…
엄마 껌딱지라 아빠 말고 엄마가 데리러 오라는 아이여서
육아는 자연스럽게 나의 몫이 되었고
하필 올해 정말 새로운 부서로, 처음 해보는 업무로 발령이 나면서
일과 육아, 그 어느 해보다 힘들었던 해였다.
완벽주의 성격상
야근을 해서라도 새로운 업무 공부도 하고
원하는 일의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야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업무는 보안과 연결된 부분이 많아
집에서 할 수 없는 업무가 대부분이었으니….
회사에선 위축되기 일 수였다.
아침잠이 워낙 많은 성향인 데다가
거기에 여섯 살이 되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등원준비에도 옷부터 신발까지 전날 다 준비해 두고 자도
아침에면 갈대처럼 마음이 바뀌니…..
아이에게 “빨리하자. 늦였어”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인형과 역할놀이를 하는 아이가
인형에게 “빨리빨리 해. 엄마 늦였어”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눈엔 엄마의 모습이 저렇게 보이는구나 싶어서
미안하고 씁쓸하고…
세수-양치-로션 바르고- 스스로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겉옷도 챙겨서 나오는 좋은 습관과 루틴을 잡아줘야 하는 시기에
내 출근시간에 쫓겨서 루틴 만들기는커녕
오늘하루 지각 안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나를 보며
이게 맞는 건지…
아침에 차에 태워서 출발하려는데
아이가 “엄마 화장실 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아깐 안 가고 싶다며.. 어린이집까지 못 참겠어? 급해?” 하고선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차를 돌려 다시 집에 오는 길에 회사에 1시간 휴가를 내고
집에 들렀다가 등원을 하는데
아이가 풀이 죽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때문에 늦였지? 미안해요”
순간 내가 지금 중요한 게 뭔가….. 무엇을 위하여 하고 있는 건가..
어느 하나도 손 놓을 용기가 없어서 욕심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일과 육아 둘 다 겨우겨우 하루하루 버텨가며
어쩌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건 아닌 건지…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가장 후회를 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되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