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쓰는 편지_엄마가

5화_그리운 그때 그 시절

by 도로미


8월의 끝자락, 더위가 여전히 가시지 않는 계절이구나.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선풍기마저 무력한 여름이다.

둘 다 잘 지내고 있니? 더위를 많이 타는 너희가

냉방병 없이 무탈하길 바란다.


엄마는 정읍에서 잘 지낸단다.

내장산 품에 안긴 아파트라 공기가 맑고,

아침이면 새 지저귀는 소리에 미소가 저절로 번져.

그런데 요즘은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자주 해.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니, 젊은 날을 자꾸 떠올리게 되고…


그게 곧 늙어간다는 증거겠지.

특히 너희와 함께 살던 시절이 자꾸 생각난다.

그땐 몰랐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걸.




아빠와 헤어진 뒤, 어린 너희를 데리고 인천에 정착했을 때가 떠오른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아파트로 이사하던 날,

큰애는 힘들다며 투덜거렸고,

넌 움직이기 싫어하던 성격 그대로였지.


한여름, 도저히 더위를 견딜 수 없어

오밤중에 찜질방으로 향했던 기억도 선하다.

에어컨 앞에 나란히 누워 잠들던 모습,

식혜와 과자를 사달라며 엄마 지갑을 탈탈 털던 모습,

찜질방 컴퓨터방에서 게임하던 모습… 눈 감으면 여전히 생생하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야 깨닫는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조차

너희가 있었기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혼자가 된 이 시점에서야,

너희가 내게 얼마나 큰 든든함이자 기쁨이었는지 알겠다.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너희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엄마도 엄마 자신을 위해 살아보려 한다.

그게 결국 너희를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늦었지만 운동도 다시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며 나 자신을 돌보려 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는 너희 인생을 잘 살아가면 된다.

그것이 엄마가 바라는 소망이란다.


엄마도 힘차게 내 길을 잘 걸어갈게.

그러니 우리 서로서로 각자 인생을 위해

힘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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