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쓰는 편지_엄마가

4화_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날들

by 도로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외할머니 모시고 이모랑 군산에 다녀왔단다.
너희도 알다시피 외할머니 생신이 다가오고, 이 더위에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건 엄두가 안 나서 말이야.

군산에서 유명한 갑오징어 짬뽕과 탕수육을 먹고 왔지.
돌아오는 길에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하늘을 보니,

폭염과 폭우로 지친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듯싶더구나.


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건, 너희 나이가 30살, 25살이 된 지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어서란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꼬꼬마 아이들이 벌써 성인이 되었다니…
엄마는 이제 시대를 지나가는 사람이 되었고, 너희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날 날들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너희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기록해 두고 싶은 거야.


텅 빈 놀이터를 볼 때마다 너희 어릴 적이 떠오른다.
그 시절 엄마는 맞벌이 부모로서 너희를 충분히 놀아주지 못했어.
야근이 잦았던 아빠는 주말이면 하루 종일 잠을 잤고,

당시 세 살이던 큰아들이 아빠랑 놀자고, 아빠 목에 펄쩍 뛰다 목 디스크가 온 적도 있었지.


그 후로 아빠는 병원에 자주 다녔지만,

그 와중에도 네 아빠는 너에게 미안해했단다.
많이 놀아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엄마와 백년해로는 하지 못했지만,

너희를 향한 마음만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풍족하진 못했지만, 너희들에게 고마운 건 메이커 신발이나

옷을 사주지 못했는데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다는 거야.
남자아이들이라 말썽 부릴까 걱정했는데,

그 우려가 무색하리만큼 아무 사고 없이 잘 자라주었구나.


오히려 엄마 아빠가 너희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말았어.

부모의 이혼으로 너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엄마는 시간이 한참 지난 이제야 너희 상처를 들여다본다.
내 아픔에만 매여 살다 보니, 정작 너희를 보듬어주지 못했어.


중학교 2학년이던 큰아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힘든데 너까지 힘들게 하냐’며 오히려 타박했던

기억이 지금도 나를 무너뜨린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작은아들은 “엄마! 아빠랑 같이 살면 안 돼?”라며 굵은 눈물을 흘렸지.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 고맙다.


엄마 아빠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엄마와 함께한 시간 동안 나를 배려하고 아껴준 그 사랑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엄마는 또 울고 있구나.


잘 자라 사회에서 각자의 몫을 해내는 자랑스러운 내 아들들…
혼자 있는 엄마 걱정되는지 전화도 자주 해주는 착한 내 새끼들…
그런 너희를 보며 감격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엄마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증거겠지.
이 또한 너희가 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야.


날이 덥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내 아들들, 부디 건강에 유의하렴.
엄마는 그것만을 소원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거라. 엄마가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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