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쓰는 편지

6화] 스물다섯, 잠시 멈춘 아들을 보며

by 도로미


둘째 아들은 올해 스물다섯.

열심히 공부해 스스로 서울 성북구 K대학에 들어갔을 때, 나는 무척 기뻐했다.

그땐 몰랐다.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보다 ‘네임벨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 시선이

얼마나 좁고 오만한 것이었는지.


아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했고, 입학식의 설렘도 느껴보지 못한 채 코로나 시기와 군대라는 현실을 통과했다.

활달하고 자유로운 아이가 갑자기 조직적인 환경에 들어가 버틴다는 건, 말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휴학하겠다며 정읍으로 내려온 아들의 얼굴은 초췌했다.

살도 빠져 있었다. 급하게 차려준 저녁을 허겁지겁 먹더니 환하게 웃었다.

“역시 엄마 된장찌개가 최고야. 밥 한 공기만 더 주세요!”

그 웃음이 슬퍼 보였다. 막 지은 밥을 한가득 퍼 주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내려앉았다.


아들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잠시 쉬고 싶다고.

나는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눈치를 보는 미안한 표정.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견디고 있었을까.


“얼마나 휴학하고 싶어?” 현실적인 질문만 나갔다.

“한 학기요. 하고 싶은 거도 해보고 재충전도 하고… 엄마, 미안해요.”


나는 안다. 번아웃이라는 게 무엇인지, 버티다 소진되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

아들은 내가 보지 못한 자리에서 수없이 무너지고 버티고 다시 일어났을 것이다.


그 생각이 밀려오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이에게 ‘좋은 학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진짜 중요한 건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을 선택하고 싶은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었는데.

베란다 창을 열고 밤하늘을 보았다. 달빛은 선명했고, 간간이 별이 빛났다.

그 앞에서 나는 조용히 울었다. 미안함이 터지듯 올라왔다.


다음 날, 아침을 차려주고 기차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아들, 하고 싶은 대로 해. 어떤 선택을 해도 엄마는 응원해. 그리고… 미안하다.”

아들은 슬그머니 웃었다. 기차에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들의 인생에 함부로 참견하지 않겠다고.
정답 없는 인생에서 방향을 정하는 건 아들의 몫이라고.
그 선택에 내 생각을 얹는 순간, 아이의 세계를 좁힐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아들, 네 인생은 반드시 찬란해질 거야.

그러니 엄마 눈치 보지 말고 네 속도로, 네 길을 가렴.

엄마는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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