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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살이v Nov 09. 2022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질문의 효과 -

 엑스맨 시리즈 중 가장 재밌게 보았던 [엑스맨: 더 퍼스트 클래스]를 리뷰해 보겠다.  이 작품은 시리즈 애호가들 사이에서 "엑스맨 시리즈는 더 퍼스트 클래스 '전'과 '후'로 나뉜다" 할 만큼 스토리 라인에서 강력한 임팩트를 뽐냈던 영화로 2011년 개봉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전 시리즈가 뮤턴트 (돌연변이)를 매개로 한 단순 오락성 영화로 인식된 반면,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화려한 액션 및 볼거리 못지않게, 이전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의 과거 이야기를 조명해 줌으로써 현재 왜 프로페서 X가 휠체어를 타게 되는지, 또한 현시대의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1960년 후반 당시 소련과 미국과의 냉전에서 핵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해 갈등이 고조되었던 '쿠바 사태'의 역사적 사실을 픽션과 엮어 재구성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출연한 재임스 맥어보이 (프로페서 X), 마이클 패스밴더 (매그니토), 케빈 베이컨 (세바스챤 쇼) 모두 훌륭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매그니토의 유소년 시절 아우슈비츠의 과거사를 보여줌으로써 왜 그가 인간들을 증오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마이클 패스밴더의 고뇌하는 내면 연기와 더불어 극 중 등장하는 그의 유창한 불어와 독일어 실력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영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능력을 가진 뮤턴트들이 등장한다. 프로페서 X처럼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캐릭터가 있는 반면, 매그니토처럼 세상의 모든 쇠붙이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자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타인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본인이 마음대로 재가공할 수 있는 (극 중에서는 세바스챤 쇼의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나를 공격하는 에너지가 강할수록 본인이 더 강하게 되받아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그 무궁무진함에 매력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현실 세계에서도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 무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우리 주변에 타인의 능력을 본인의 것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그런 무서운 사람들은 바로 '질문'하는 사람들이다.  질문하는 일련의 과정은 본인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알고 이를 채우려는 행위이다. 기본적으로 잘 발달된 메타인지 (나를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가 필요할 뿐 아니라 본인의 부족한 점을 찾으려는 자아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자기 발전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종의 자존감이 바탕이 되어야 자기 계발 및 발전을 위한 생각이 생기기 시작한다. 단순 호기심뿐 아니라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한 공부 및 내면의 성찰 없이는 훌륭한 질문이 생길 수 없다고 본다. 질문하기야말로 본인이 항상 그 분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방증이자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의 발로라고 볼 수 있는 까닭이다.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타인의 이론이나 생각에 대해 한층 더 심화시킨 형태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전 한국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서 연설을 하였다. 마치고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이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나서서 질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미국과는 다른 분위기에 약간의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질문자가 있는지 물었으나 장내는 여전히 고요하였다. 영어로 질문하는 것이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언어 장벽 이상으로 다른 무언의 일종의 압박감 같은 것들이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한 중국 기자가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꺼내었다.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에게 먼저 발언권을 주고 싶었지만 기회는 그렇게 중국에게 넘어가곤 말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대중 앞에서 질문하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즈음부터 또래 집단으로부터 강요받는 것 중 하나가 '튀지 말라'라는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질문을 하거나 무언가 남들로부터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경우,  전체 무리에서 이탈했다는 신호와 함께 경고나 조롱의 대상이 종종 되곤 한다. 


 혹자는 이를 수렵이 주된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은 서구권과 달리 농경사회에서는 정착민들이 토착 사회를 이루는 경우가 많고, 전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의 사고방식으로 해석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도 잘 나와 있듯이 사람 역시 지리적 환경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역시 역사적으로 주로 농경 사회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맺어 왔다.  이에 따라 '순환론적 사고관'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개성보다는 전체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문화 양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언어, 건축, 사회 제도 곳곳에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이런 경향이 전반적으로 조선시대 유교적 사고관과 더불어 소극적이며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한국인 고유의 습성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한편, 근대 이후의 우리나라를 보면 '한강의 기적'이라고 흔히 불릴 만큼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현재 수준의 국가 수준을 단기간에 이루는 놀라운 성과도 보였다. 여기에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 후 수출해서 파는 무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좁은 국토와 상대적으로 적은 국민수를 고려한다면, 향후에도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넓은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타인의 장점을 빨리 수용하고 내재화하여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적극성'을 포함한 '질문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질문의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질문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사고가 정리되고 체계화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는 곧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고, 만약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얻는다면 가장 손쉽게 타인의 지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걱정하는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잘못된 질문으로 인해 겪는 수치감은 어찌 보면 작은 시행착오에 불과할 수 있다.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을 정의하기도 힘들지만, 최소한 적어도 다음번에 그런 어리석은 질문을 할 여지는 줄어들어 결국 질문자의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다.


 보통 시험 채점을 하다 보면 맞은 것은 동그라미를 치고, 틀린 부분은 빨간펜으로 사선의 긴 작대기를 긋는다. 그리고 틀린 문제를 아쉬워하며 속상해하곤 했다. 하지만 실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는 것은 그런 틀린 문제들이며 이를 체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모의시험 혹은 테스트의 목적과 부합한다. 어찌 보면 다 맞은 시험은 괜한 시간과 집중력의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 내가 틀린 문제에 작대기가 아니라 나의 부족한 부분을 표시해 주는 체크 기호를 선호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오답노트의 효과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비단 수험생들에게만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틀린 문제야 말로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날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무를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는가? 나무의 줄기는 조금이라도 더 햇빛을 받기 위해 뻗어나가되 일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뿌리 역시 땅속의 수분과 영양분을 최대한 받기 위해 넓고 랜덤한 방식으로 뻗어나간다.  우리의 뇌나 감각계를 구성하는 신경계 역시 최대한 많은 시냅스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하고 무작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자연의 본질이다. 확률로만 정의되는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 시점에서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뿌리 같이 작지만 다양한 여러 방향으로의 시도일 것이다. 작은 실패나 수치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서 빠른 피드백을 받아 스스로의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느려 보이지만 가장 확실하고 덜 위험한 검증된 방법일 수 있다. 더욱이 질문을 통해 타인의 지혜를 손쉽게 빌려온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엑스맨을 보고 든 두서없는 생각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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