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엑상프로방스에서 무스띠에쌩뜨마리까지

그림 속, 동화 속으로 여행

by 감백프로

파리에서 물랑루즈 공연관람의 여운을 뒤로한 채 2017년 5월 4일, 새로운 프랑스 남부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우선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비행기를 타고 넘어간 다음, N포털사이트 유럽여행 카페에서 미리 컨택을 한 미용사분들과 마르세유에서 만나 여행을 시작하였다.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베르동 협곡과 무스띠에쌩뜨마리였다. 그 당시 니스만 두 번 갈정도로 남프랑스 여행을 해봤다고 나름 자부했지만, 베르동 협곡과 무스띠에쌩뜨마리는 가이드북에서 보지 못한 곳이어서 낯설면서도 기대가 되었던 곳들이었다.


마르세유를 떠나 우선 엑상프로방스로 갔다.

엑상프로방스는 라틴어로 물이 많이 나오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졌고, 주로 아를과 아비뇽, 베르동 협곡을 가기 전 중간지점 도시로 여행객들에게 여겨졌다. 엑상프로방스에 와서 푸른 나무들과 베이지색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 풍경에서 마치 한적하고 여유넘치는 그림 속 도시에 온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여기와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길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정리한다면 술술 잘 될거 같은 느낌 또한 받았다.

엑상프로방스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낀다음, 라벤더밭들로 둘러싸인 베르동협곡 인근 작은 마을에 위치한 에어비엔비 숙소로 렌트카를 이용하여 이동하였다. 에어비엔비 숙소는 프랑스인 노부부가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정착한 집이었으며, 태극기와 원숭이 인형들로 조성된 숙소는 여행을 온 나와 동행들을 맞이해주는거 같았다.

저녁시간이 돼서 노부부와 와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하필 프랑스어만 쓰셔서 음성인식이 되는 구글번역기를 통해 대화를 하였다.

구글번역기가 없었으면 정적이 흐르기만 했을 텐데 번역기가 저녁식사시간을 풍요롭게 한 거에 대해 엄청 유용하구나 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노부부는 파리에서 남편분은 재단사, 아내분은 간호사로 일을 하셨고, 은퇴를 하고 에어비엔비를 운영하면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계셨다. 특히 남편분은 와인을 좋아하셔서 와인을 계속 꺼내주시고 같이 마시자 하였는데 이를 본 아내분은 ‘또 시작이네’라는 한심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결혼하면 전세계적으로 다 똑같구나 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난 다음날 베르동협곡과 무스띠에생뜨마리로의 여행을 시작하였다.

아직 라벤다가 개화하지 않아서 가는 길 주변은 푸릇푸릇만 하였지만, 베르동협곡을 보는 순간 살면서 보지 못하였던 에메랄드 빛의 물을 보고 입부터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진짜 그림에서만 본 걸 실제로 보는 느낌 그 자체였다.

협곡을 바라볼 때 조그마한 점처럼 보이는 1인승 카누가 있었는 데, 협곡에서 탈 줄 알았다면 진작에 타봤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꼭 와서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머릿 속에 담아두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란 걸 직접 눈으로 느끼게 되었고, 생폴드방스에 가서 느꼈던 프랑스는 왜 예술가들이 사랑하고 예술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나라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베르동 협곡에 이어 무스띠에쌩뜨마리는 그림 속 아니 동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에즈나 엑상프로방스나 건물색채는 비슷하였으나 산 속 구불구불한 길에 조성된 동화 속 마을이 주는 풍경은 에즈와 엑상프로방스에서 받아보지 못한 오래 머무르고 싶은 감정을 나에게 심어주었다.

그림만 잘 그린다면 느긋하게 담에 앉아서 즉석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엑상프로방스, 베르동협곡, 무스띠에쌩뜨마리는 내가 마치 그림 속,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지였다.

프랑스에 올 때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예술가들이 왜 프랑스를 좋아하고, 왜 예술작품들이 많이 나오는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프랑스 남부가 아닌 이탈리아 남부를 다녀온 이야기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이전 11화11. 파리 : 소소한 소원 성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