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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26. 2024

시작이 미비하면 그 끝은 미비하리라. 직장생활 백서.

응?!

시작은 미비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와 같은 명언 들어보셨을 겁니다. 시작과 끝의 중요함을 말하는 건데요.

글쎄요. 전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제가 첫 직장을 다닐 때 가졌던 감정은 이랬습니다.

너 두고 보자. 몇 년이 지나서도 나한테 그렇게 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존감은 약하고 자존심만 세던 녀석이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니 주변 상사들의 갈굼에 시달리며 먹게 된 마음가짐입니다. 이 조차도 자존심이라고 봐야 할 거 같네요.


무튼 전 그랬어요.

내가 너네만큼의 경력을 가지게 되면 나도 지금의 너희들처럼 후임들을 갈굴 수 있어 이 자식들아.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었습니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그들은 의식조차 하지 않았지만 저만의 스코어를 산정하였습니다. 당신 말이 맞는지 내 말이 맞는지 두고 보자면서.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상사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깨지기도 했습니다. 나대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아니 회사생활 열심히 하려는 신입사원에게 나대지 말라니. 그저 나와서 시간만 때우다 들어가는 그런 후임을 원하는 것이냐. 난 그러지 않을 거다. 더 올라가야 하니까.


정도의 중2병에 걸린 학생처럼 마음속으로 이 정도면 그래도 나도 나쁘진 않아.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생각해 보면 좀 어이없는 개념이 살짝 모자란 신입사원으로 보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생각은 이렇습니다. 시작이 미비하다(생각하)면, 시작을 그저 그런 마음으로 수긍하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중간과정에서도 끝에 다다라서도 그저 미비한 수준에 머무른다고 생각해요.


전 퇴사를 했습니다. 16년을 직장을 다녔지만 3개월 전 퇴사를 한 상태이고요. 퇴사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라는 건 압니다. 도망친  주제에 무슨 이런 소리를 하냐면서 욕 하실 분들도 계실 수 있어요.


나름의 변명을 해보자면 전교꼴찌를 하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24살에 재수학원에 등록하여 1년간 영혼의 힘까지 끌어모아, 국, 영, 수 2등급까지 올려본 경험.(이차방정식도 못 하던 놈이었습니다.)

소기업 계약직부터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에 입사한 경험을 해 본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나름의 철학(?) 비스무레 한 겁니다.


수능성적. 그거 별 거 아니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한텐 엄청난 경험이었습니다. 전교꼴찌를 하며 고등학교를 자퇴했었거든요. 인서울 4년제까지 갈 수 있는 성적이라고 했어요 당시 선생님이. 집안사정으로 4년간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어서 포기했습니다. 치기공과, 방사선과를 그렇게 가고 싶었는데 전문대는 비교내신이 아닌 실제 고등학교 내신을 50%나 보더라고요. 뭐 다 떨어졌죠. 하하.(고등학교 내신이야 설명 안 드려도.... 개판...)


각설하고,

그게 직장생활이든 뭐가 되었든 순응하며 살기 시작하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선에서의 나름의 반항과 발버둥(?)을 한 번씩(또는 자주 ㅋ)해보아야만 내가 가진 잠재력이나 성장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30대 초반, 꿈에 그리던 외국계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신입사원시절 나의 고객님으로 계시던 당시 외국계회사 차장님에게 1년이 지난 회식자리에서 강력하게 어필하며 발버둥 쳤습니다.


나 잘할 수 있다. 당신의 회사에 가고 싶다. 내가 보여주겠다. 회사에 이 한 몸 갈아 넣겠다.

라면서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겁니다. 전 당시 갑을병정에서 '정'의 위치에 있던, 그것도 계약직 직원이었거든요. 대학이 4년 제도 아니고, 밑에 밑에 밑에 업체의 계약직 신입사원. 실력검증도 안된 녀석이 당돌하게도 술자리에서 저런 말을 한 겁니다.


이후 2년간 더 재직하고 회사를 옮겼고 그렇게 3번째 회사를 다니던 도중 기회를 얻게 되어 최종 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제가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술자리에서 기억이 강렬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저 그런 마음으로 난 소기업 계약직이니까. 2년짜리 전문대 나왔으니까. 실력도 안되니까. 따위의 생각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나를 어필하지 않았다면, 상사들의 갈굼에 그래 너희들 나중에 보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제 인생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를 잡기 어려웠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도전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도전입니다.

비단 회생활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 밖으로 나와서도 도전의 연속이고, 제가 16년을 그렇게 해온 것처럼 시작자체를 창대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다 보면 결국 그것이 다가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더라고요.


사회초년생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일 닮고 싶은 상사나 선배가 아닌 그 누군가들이 당신들을 휘두르고 기를 누르려 한다면 개의치 마세요. 일을 더 꼼꼼히 열심히 잘하려 노력하며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너희 X도 아냐.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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