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빈 Jan 29. 2024

내가 회사 주인이다 생각하라고?

제 정신 입니까 휴먼?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글입니다.)

애사심을 가질 순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의식? 회사의 주인공은 나야 나?


제가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외국계회사. 다채롭게 다녀본 바에 의하면, 사측에서는 대부분 저 소리를 대놓고 하거나, 비유해서 하거나, 은근히 합니다.


주인의식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요. 한국에 있는 대기업은 다녀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 제가 다녔던 회사들은 다들 저 소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하더군요.


외국계회사는 다를 줄 알았어요. 하지만, 머지않아 깨닫게 됩니다. 간판만 외국계지 결국 물리적인 위치는 대한민국이고, 구성하는 인원들도 한국사람이라는 것을요. 물론, 매니저나 조금 높은 팀장급은 해외에 있긴 하지만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물리적으로 지시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내부에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짝 쓴 내용이긴 하지만. 퇴사직전 약 80억 규모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겠지만 정말 수많은 이슈와 난관에 봉착했던 기억이 있고. 그 수많은 갑질과 열악한 환경을 뚫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후임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혹시나 자다가 일 관련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중간에 잠을 깬다면 그건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신호이다,라고 말이죠.


저 프로젝트 당시, 몇 번을 잠을 자다 깼는지 모릅니다. 추석과 설날은 모조리 밤샘을 했어야 했고요. 계약범위 밖의 요구를 하는 고객님들 덕분에 스트레스 지수가 머리끝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후임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참 동안은 그 일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 이렇게나 열심히 해서 회사에 벌어다 준 80억! 물론, 순마진이 80억이 아닙니다. 다들 아시리라 믿고.

말을 바꿔볼게요. 회사매출을 80억을 올려준 우리!


과연 그 보상은? 두구두구두구.


복지카드 10만 원~~ 그리고 팀장의 '고생했어, 수고 많았다.' 한 마디.


에헤라디여~ 자진방아를 돌려라~ 얼씨구나~ 어디 땅 파면 10만 원 나오냐~

(그러고선 고과는 대충 줘?? 엉??)


그 수많은 밤을 새우고, 욕을 먹어가며, 밤잠을 설치고. 무려 10만 원이나.

프로젝트 끝나고 같이 고생한 후임들 술 한잔 사주니 끝. 심지어 제 돈을 더 냈습니다.


자, 여러분.

속으시면 안 됩니다. 주인의식. 책임감을 운운하며 사람을 갈아 넣는 회사들의 행태에 놀아나면 안 됩니다.

자, 내가 이 분야의 직업에서 프라이드를 느끼고 있다. 일 하는 자체가 나의 자존감을 채워준다. 그러하신 분은 거기까지만 생각하셔야 합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뭐가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깊은 현타와 빡침과 실망감에 온몸이 젖어들게 될 겁니다.


조용한 퇴사라고들 하죠? 딱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그 외엔 투명인간처럼 일하다 가겠다.

16년을 해온 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저 역시도 한 만큼 돌려받지 못했으니까요. 저럴만합니다.

응원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을 올려서 좀 더 나은 환경으로의 변화를 꿈꾸신다면 절대 저리 하면 안 됩니다.

(요건, 저보다 나이 어린 분들을 위한 팁 정도.)


아내는 개인사업을 합니다. 해당 분야의 여러 대표들과 알고 지냅니다. 요즘 물가도 오르고, 경기침체로 매출도 잘 안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힘드신 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의 하소연도 자주 들립니다.

매출은 없고, 지출은 많고. 이해는 합니다. 직원들 월급이나 인센티브 주는 것도 아깝겠죠.

그냥 니들이 조금 덜 가져가고, 직원들 조금 더 챙겨주면 되잖아.


저와 아내는 둘 다 남 밑에서 15년 이상을 일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지를 알기에 최대한 돌려주려 합니다.

자꾸 주려고 하다 보니, 직원분들이 마치 대표인 것처럼 의견을 내거나 그렇게 행동을 하더라고요.


저의 오늘 글이 순전히 저만의 경험에 의한 편향적인 글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직원들에게 아주 좋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들도 있겠죠.


안타깝게도 16년 간, 5개의 회사를 다녔지만 저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제가 능력이 모자라 좋은 회사를 다녀보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겠죠.


좋은 대우를 받아보신 분들이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대리만족이라도 해볼게요..

이전 09화 상사 욕을 책상 위에 써놓고 퇴근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