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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14. 2024

1일 : 가을이 오나보다

오늘은 반차를 쓰고 오후에 회사에서 나와 꽁돈 같은 시간이 생겼다. 뙤약볕 아래 현장을 점검할 일이 있어 3일 내내 뜨거웠는데 오전에 업무가 종료된 김에 잽싸게 반차를 써버렸다.


지금은 그새 높아진 구름 아래 놓인 아파트 거실에서 창 커텐을 양쪽으로 열어놓고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쇼파에 앉아있다. 아, 내 무릎에는 남편이 누워 잠을 청하는 중이고. 해가 길어진 덕에 우리의 저녁식사시간도 꽤 밀린 듯 하다. 벌써 저녁 7시인데 남편은 피곤했던지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아까는 잠깐의 언쟁이 있었는데 끝나고 난 후 포옹을 하니 남편의 심장이 너무나도 빨리 뛰어 걱정이 되었었다. 다행히 무릎을 베고 자장자장 재운지 5분도 안 되어 잠에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가가 자는 것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손에는 차마 놓지못한 휴대폰을 잡고 다리까지 야무지게 꼬고 잔다. 참 예쁘다.


일어나면 저녁을 먹자고 할까 싶다. 최근 뜻하지않게 '마라'에 빠져서 마라탕 가게마다 도장깨기를 하다가 급기야 마트에서 시판 마라소스를 사다놨는데 이걸로 마라샹궈를 해먹어볼까 한다. 마라탕으로 시작되어 마라샹궈로 넘어왔는데 국물이 부담스럽던 차에 재료가 더 풍성해진 마라샹궈가 나는 꽤나 만족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푸주나 포두부가 있으면 최상이겠지만 아쉽게도 동네 마트에는 취급을 하지않아 아쉬운대로 넓은 두부면을 넣을 것이다. 숙주와 양배추, 두부면 정도면 꽤 근사한 요리가 되지 않을까. 이제는 남편의 꿀잠이 끝나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이토록 평화로운 평일의 저녁은 언제 겪어도 달디 달다. 요즘은 특별한 이벤트보다도 이런 일상의 평화가 주는 행복이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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