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일자일음의 원칙
이상으로 필자는 한자음이 ‘고대 녹도문 음’이라고 주장한다.
녹도문이 한자가 됐다는 가정하에 앞서 단어들은 고대에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어이므로 해당하는 녹도문이 있었을 것이다.
이 녹도문을 만들 때 일자일음의 원칙을 적용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신 신(神)’, ‘동녘 동(東)’, ‘서녘 서(西)’, ‘남녘 남(南)’, ‘북녘 북(北)’, ‘백 백(百)’, ‘천 천(千)’, ‘만 만(萬)’이다.
그런데 한자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에 ‘신’, ‘동’, ‘서’, ‘남’, ‘북’, ‘백’, ‘천’, ‘만’이란 한자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즉, 수천 년 전에도 ‘신’, ‘동’, ‘서’, ‘남’, ‘북’, ‘백’, ‘천’, ‘만’이란 단어를 분명히 썼을 텐데 그렇다면 해당하는 녹도문도 있고 ‘녹도문 음’도 있었을 것이다.
녹도문의 존재가 입증되는 순간 그동안 한자음으로 생각되던 저 단어들이 고대 한국말이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말로 추적되지 않는 한자음들도 ‘녹도문 음’ 즉, 새로이 만든 한 음절 단어인 한국말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과 ‘인’이 모두 한국말이고, ‘뫼’와 ‘산’이 모두 한국말이고, ‘내’와 ‘강’이 모두 한국말이고, ‘꽃’과 ‘화’가 모두 한국말인 것이다.
다만 ‘녹도문 음’으로 새로이 만든 말이 고급 어휘(또는 성스러운 어휘)였을 뿐이다.
또 앞서 한·중·일 삼국 중 한자 발음에서 일자일음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국가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것도 ‘신’, ‘동’, ‘서’, ‘남’, ‘북’, ‘백’, ‘천’, ‘만’, ‘인’, ‘산’, ‘화’가 모두 한국말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문자 창제의 원칙을 만든 나라가 그 원칙을 준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문자를 가져다 쓰는 나라는 굳이 그 원칙을 지킬 이유가 없으므로 자신들에게 편한 대로 사용할 것이다.
즉, 다른 나라가 만든 문자 창제의 원칙을 준수할 수도 있지만, 준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일은 준수하지 않은 경우이므로 확실히 다른 나라가 만든 문자를 가져다가 편의대로 사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일자일음의 원칙이 한국식 한자로 만들어진 예도 있으니, 바로 ‘망치 마(亇)’와 ‘논 답(畓)’이다.
망치를 중국은 두 글자인 ‘종규 終揆’라 하는데 한국은 이것을 한 글자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또한, 논을 중국은 ‘도전 稻田’ 또는 ‘수전 水田’이라 하는데 한국은 이것을 한 글자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이런 사례도 일자일음의 원칙이 알게 모르게 한민족의 언어 생활 DNA에 아로새겨져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런 한국식 한자를 국자(國字)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는 200개 정도로 나와 있다.
그런데 ‘녹도문 음’이 일자라는 것은 알겠는데 일음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앞서 ‘일중삼족취’와 ‘일중랑’을 분석하면서 술이의 ‘술’을 따고 일이의 ‘일’을 따서 이것으로 태양의 음을 표시했다고 했다.
이렇게 단어에서 ‘일음(一音)’을 따는 관습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월중섬여’에서도 두터비에서 ‘터’를 따고 ‘월중토’에서도 토끼에서 ‘토’를 땄다.
이것은 ‘일음’을 따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암시하는 것이다.
즉, 녹도문에는 여러 글자의 단어가 있더라도 반드시 이 중에 한 글자(일음 一音)만 따서 ‘녹도문 뜻’을 추리하라는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술이에서 ‘술’, 일이에서 ‘일’, 두터비에서 ‘터’, 토끼에서 ‘토’로만 녹도문 뜻을 추리하라는 약속이다.
그 ‘녹도문 뜻’에 따라 미리 정해진 ‘녹도문 음’을 발음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중삼족취’ 녹도문을 그려놓고 이를 미리 정해진 ‘녹도문 음’인 ‘일’로 발음한다.
이는 한자로 ‘日’을 써놓고 이를 ‘일’로 발음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