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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담 Dec 10. 2023

학교 그만 다니는 게 어때? <5> "성공한 자퇴"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은 맞다. 믿어 주면 알아서 잘 자라는 데 부모는 자녀를 믿지 못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믿지 못하고 사회는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을 믿지 못한다. 가르치고 통제하고 때론 가두고 끌고 가는 게 일반화되고 정당화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과 개성을 찾지도 살리지도 못하고 휩쓸려 다닌다.

그 끝에 남은 건 뭘까?


백년지 대계인 교육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없다. 즉흥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교육 정책, 주입식 줄 세우기 경쟁 교육, 소수만의 만족과 성취를 우선시하는 엘리트 교육, 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전혀 살려 내지 못하는 획일화된 교과과정과 학년제.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아이들은 오직 상급학교 진학만이 최우선 가치로 내몰린다. 누가 더 빨리 더 좋은 곳으로 가는지가 성공과 출세의 지름길인양 부모와 학교와 사회는 한 통속이 되어 아이들을 채찍질한다.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아이는 많이 보고 경험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모아 놓고 가르치고 통제해서는 안된다. 초등학교 입학 전 까지는 공부를 모르게 해야 한다. 공부는 온전히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하나의 기술을 모두가 익혀야 되는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모순이다. 하나의 기술을 모두가 똑같이 잘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폭력이다.


사교육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학생들을 학원에 보내야 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교육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린다. 맘껏 뛰 놀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천진난만 또래들과의 시간을 통해 사회성과 인성을 함양하고 감성을 채워가야 할 때 아이들은 지친 모습과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원에 간다. 학원엔 아이들의 꿈이 자라지 않는다. 부모와 학원의 욕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현장일 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악순환은 반복되고 강화된다. 아이들은 더 피폐해지고 비틀거린다.

학원으로 내몰리며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에 자신을 돌아보며 찾아가는 시간들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며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과 기회와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중, 고등학교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과목은 이성교제, 여행, 독서라고 한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맞는 말이다.

꿈 많은 아이들에게 꿈꿀 자유와 시간도 주지 않고 꿈이 뭐냐고 묻는 무례를 범하지 말자. 아예 꿈꿀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고 맹목적 꿈을 주입하며 찾아 주겠다는 어리석음을 강요하지 말자.  




대학을 가지 말라고 말렸는 데도 기어이 갔다.

아들은 전액 국비로 다니는 대학엘 진학했다. 대학에 가도 등록금이 아깝다며 지원해 주지 않겠다는 부모의 엄포를 비웃듯 스스로 선택해서 지원하고 면접도 멋지게 치르고 당당히 합격했다. 참 대견하고 듬직했다.

아들의 대학생활은 늘 봄날이었다. 적성에 맞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높으니 그럴 수밖에. 기타를 둘러메고 학교를 헤집고 다니는 베짱이였다. 한 학년 동안의 현장 실습도 거뜬히 잘 해냈다. 현장 지도교수의 폭풍칭찬에 어깨가 으쓱했다.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아들은 졸업 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그려 가고 있었다. 말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그렇게 길러 왔기에.

아들은 지금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 농부다.

스물다섯, 청년의 꿈을 멋지게 펼쳐가는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자신만의 간판을 세우다.




딸은 모아 놓은 돈으로 2~3개월 일정의 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첫출발 비행기와 숙박 예약까지 마쳤는 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벽 앞에 멈춰 섰다. 혼자만의 유럽여행이 걱정 돼 말렸던 엄마는 내심 좋아했지만 딸의 아쉬움은 컸다.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며, 다시 2년 여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어느 날 우연히 대학입학 원서를 쓰고 있는 딸을 발견했다. 실망했다.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건만 딸도 대학을 가려고 하다니. 왜 가려고 하는지 물었다. 이젠 코로나도 끝나가니 제대로 대학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한다. 전공은 물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걸로. 그렇게 딸도 대학엘 갔다. 기숙사도 여러 곳에 합격하여 가장 적합한 곳으로 골라서 갔다. 등록금은 다행히 국가 장학금으로 충당이 되었다. 딸은 학교 밴드부에 가입하여 멋진 활동을 하고 있다. 베이스를 치고 있다. 학회 활동과 학생회 활동도 빠지지 않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거기다 연애까지. 술은 가족 중 최고 주량이다. 든든하다. 1학년 때 수강했던 미술사학의 매력에 빠져 복수 전공 중이다.

시기를 잘 맞춰 대학에 입학하고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딸의 오늘에 박수를 보낸다.



'학교 그만 다니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던 엉뚱한 부모를 잘 이해하고 따라 줬던 아들, 딸은

자신들의 미래를 멋지게 펼쳐가며 함께 했던 선택이 결코 잘 못된 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 주었다.

아들, 딸은 일찍부터 단단하고 바르게 연마되고 단련되었다. 스스로를 그렇게 믿고 있다.

고맙고 놀라운 일이다. 앞으로의 길도 당당하고 용감하게 거침없이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바른 인성을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며..


자퇴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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