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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Jun 15. 2024

어제는

그냥 일기

어제는 평소처럼 연습 후 집에 가는 길이었다. 연습이 있기 전엔 학교에 가서 교수님과 면담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이 있던 탓이었다. 


뭐 그렇게 평소처럼 연습 후였다. 연습 후엔 지하철 타고 돌아가는 그런 평범한 길. 열차 안엔 빈 자리가 하나 보였다. 할머니와 할머니의 손자로 보이는 한 아이. 아이는 무언가를 병에 담고 있었는데 민달팽이였던 거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앉았다. 아이는 자꾸만 몸이 긁었고 달팽이를 계속 만졌다. 자신보다 큰 좌석이 신기한 듯 좌석도 만졌다. 정확히는 만졌다보단 달팽이에 묻은 점액을 묻히는 느낌이었던 거 같다. 닦아낸다, 정도.


아이는 자신보다 큰 좌석보다 더 큰 자리를 원했던 거 같다. 좌석과 좌석의 경계를 만지다 내 좌석을 만지려 했다. 허벅지에 닿는 감촉. 반바지를 입었던 탓인지 더 느껴졌던 거 같다. 애니까 그럴 수 있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 생각이었다. 할머니가 한번 경고도 했다. 손자는 그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몇 분 뒤 다시 내 좌석을 만졌다. 그렇게 휴대폰을 만지는 중 갑자기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무언가 꿈틀, 하는 느낌. 너무 놀라서 바지를 바라봤다. 아이는 나의 상체보단 하체에 관심있다는 등 여전히 좌석과 허벅지 부분을 바라보는 듯했다. 너무 놀라움과 혹시나 하는 무서움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문앞으로 가서 나의 다리를 살폈다.


설마.. 했다. 달팽이를 좌석에 올려놓고 그 달팽이가 걷다가 내 다리에 오른 걸까. 무서움이 도래했고 확인해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안심보다 더한 공포가 생겼다. 바지 안쪽에 붙은 거면 어떡하지. 열차 안에서 확인할 수도 없고. 다음 역에 내려야 하는데.. 여러가지로 짜증났다. 왜 내가 자리에 앉아가지고 이런 신경까지 써야하지. 


다음 역에 내리자마자 바로 확인했던 거 같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감촉은 뭐였을까. 모르겠다. 내 기분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봐 애한테도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부턴 옆에 앉지 않겠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하필 달팽이였어 가지고. 나도 어릴 땐 개구리도 만지고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그때 그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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