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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ug 13. 2024

파란 날

그냥 일기

파란 날이라고 아는가? 사실 방금 그냥 지어낸 말이다. 하지만 파란날이라고 검색해보면 나오는 노래가 있다. 다들 파란 하늘을 보면서 하는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아빠는 신호등의 초록불을 보고 파란불이라고 말한다. 나는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별했으므로 그 말이 이해가 안 됐다. 왜 초록색인데 파랗다고 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지금도 모른다. 정확히는 기억 나질 않는다. 어렸을 땐 뭐든 궁금했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여서 세상 모든 것에 질문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부모님은 그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거 같았고


같은 사람이란 걸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엄마랑 아빠도 엄마랑 아빠는 처음이었다는 그 흔한 말이 지금도 감성으론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이성으로는 이해된다. 하지만 이성과 감성의 혼용만큼이나 사이는 쉽게 좁혀지질 않는 거 같았다. 


어렸을 땐 정말 모든 걸 물었고 귀찮을 법도 한데 항상 답해줬던 부모님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고 부모님은 나에게 스마트폰에 대해서, 컴퓨터에 대해서, 인터넷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난 쉽게 대답하질 않았다. 귀찮았으니까.


파란 날들 사이에 내 잘못이 묻힐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돌이켜보면 순환일 뿐인데.

나는 뭐가 그리 귀찮아서 대답도 하지 않았을까. 


아마 부모님은 갈수록 모르는 게 많아질 거다. 그러면 궁금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해야겠지만 어느 순간 묻지 않는 부모님을 보게 되었다. 


어젠 <문창과라니>의 낭독회가 있었다. 나랑은 관련 없는데 낭독회에 참여하는 한 친구를 어제 만났었다. 천안에서 올라와 노원까지 올라온 친구. 사실 친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 지인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할까. 동갑이지만 서로 말도 놓지 않았으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과거 얘기밖에 오가질 않았다. 지났던 이야기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일까. 


문창과, 실기를 준비하고 입시를 치뤘던 게 오래되지 않은 거 같은데.. 졸업식이 다음 주라. 이젠 정말 시간이 실감 난다. 영원할 거 같았던 학창 시절은 오래가질 않았으니까. 결혼을 한 친구도 있었다. 스물 여섯이면 아직 창창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결혼도 했고 가정을 꾸렸으니까.


난 뭘 꾸렸지. 가진 건 뭐지. 대학을 졸업하면 뭐든 될 줄 알았던 걸까. 많은 경험을 쌓은 건 분명한 거 같은데 어떠한 자리도, 가진 것이 내겐 없었다. 하늘을 바라보면 더럽게 파란대


저런 파란 하늘에선 수영도 가능할 거 같았다. 수영은 할 줄 모르지만 팔을 쭉쭉 뻗으며 발장구를 치면 앞으로 나아갈 것만 같았다. 잠시 구름에서 쉬어가다 다시 하늘을 수영하다


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른다. 그냥 구름처럼 흘러가다 언젠간 사라지고 싶으니까. 

아침부터 이런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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