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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Nov 07. 2024

죽은 꽃들마저 사랑하던 날

그냥 일기



11월이 오자 보이질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왔다. 겨울이 왔다는 건 비단 춥다는 의미만은 아닐 거다. 풍성하던 나뭇잎은 낙엽으로 땅에 떨어지고 꽃들은 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e11R1CxZpo


죽은 꽃들마저 사랑하던 날이 있진 않았다. 이희상의 새앨범을 듣다가 그냥 너무 아름다웠던 것 같다. 요즘은 반복해서 듣는 앨범이 몇 개가 있다. 이희상의 포에버, 민수의 새앨범, 이태훈의 고개를 돌리면.


다만 요즘 듣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인지, 자꾸 광고가 붙는다. 노래를 잘 듣다가 광고가 들리면 싫다. 그래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나.


여드름패치를 화장실에 붙이곤 화장실에다 놓고 왔다. 그 사실을 집에 도착했을 때야 알았다. 누군진 모르지만 잘 쓰세요, 잘 버릴려나. 거의 새 거여서 아까울 뿐이다. 심지어 여드름 패치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데.


이번 주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거 같다. 한예종, 중앙대. 그 두 학교에 나는 선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대학을 졸업해서 그럴까 이젠 무뎌진 것 같다.


중앙대에 시험도 보러 가고 학점교류도 했었던 적 있었다. 한예종의 건물은 멀리서만 보았고. 한예정 돕바를 보며 눈을 떼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시간이 흘러 나는 자대 대학원에 서류를 제출했다. 대학원생으로 전직하다니. 대딩에서 직딩이 될 줄 알았는데. 대딩에서 대학원생. 요즘은 대딩이란 말 안 쓰려나. 고딩, 중딩, 초딩까진 쓰는 거 같은데. 근데 대학원생도 대딩인가?


저번 주엔 동방예술대학교, 목원대 학생들과 미팅이 있었다. 뭔가, 학교에 중점을 두는 건 아니지만 기억하기엔 학교 이름이 편하다. 뭐라고 할까. 내가 용인대 영화과 학생과 단편영화를 찍었다고 그 단편영화 스태프가 용인대 학생들을 대표할 순 없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선 그들이 용인대이자 용인대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된다.


이런 식의 사고가 어떤 질 모르겠다. 내가 미국에 갔을 때다. 미국인 아저씨는 내게 한국은 어떻냐고 했다. 사실 내가 바라본 서울과 안동은 천지 차이고 서울 안에서도 시내와 변두리는 천지 차이다. 그런데 뭘로 얘길하든 내가 대표(?)할 수 있을까 했다. 그때 난 서울은 막혀 있다고 했다. 빌딩에.


라스베가스처럼 파란 하늘이 쭉 이어지고 탁 트이지 않다고. 물론 이렇게 유창하게 영어론 못 했고 음절 단위로 끊어서 말했다. 코리안 이즈 블로킹. 인 빌딩? 내 영어 실력은 정말 최악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이해한 듯했다. 여긴 탁 트였다고 했고 난 인정한다고 했다. 시원하다고.


사실 내가 지내는 서울은 노원구로 빌딩에 막히지도 않고 오히려 플라타너스 나무가 시원하게 뻗어있으며 길가도 넓다. 아파트는 놉지 않고. 내가 대학가 근처에 살아서 그렇긴 할 거다. 


근데 그냥, 이런 식의 사고는 끝도 없는 거 같다. 사실 이런 생각은 많은 얘기를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니까. 오늘은 영하 1도를 기록했다. 진짜 다가올 겨울이 실감난다. 어젠 쌀쌀한 공기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고 따릉이를 탔다. 티빙 드라마의 어떤 작품에 후시 녹음을 하러 갔었다. 감독은 쾌활했고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됐다. 다만 내가 잘못했던 거 같아 그게 계속 신경 쓰였다.


설령 잘못했더라도 빨리 훌훌 털어 다음을 기약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내 성격이 그러질 못한다. 그게 너무 아쉽다.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는 건데. 그냥 앞으로 몇 번이고 맞이할 준비, 그 준비됨이 매번 부족함을 느낀다. 나이가 서른인 분도 계셨는데 확실히 노련해 보였다. 사실 노련보단 준비되어 보였다.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그 준비.


난 26살인데 아직 준비가 안 된 걸까. 모르겠다. 후시 녹음을 하러 간 건 사실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했다. 웨이브랩 안에는 각종 대본이 있었고 싸인이 되어 있었다. 최근에 봤던 <대도시의 사랑법>도 있었고.


김고은, 노상현 배우님의 싸인을 오래도록 보았다. 흥수는 미친x. 재희는 미친x.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벌새'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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