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떠나는 것도 떠나지 않는 것도
시간은 주어졌다!
어디로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 속
항공예약 앱을
돌리고 또 돌리며
하루하루 들뜬 행복에
젖어야 하는 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 데도 가기 싫다
하고잡이
열정 과다
여행 프로와
여행 유튜버 애청자에겐
이건 병도 병도
크나큰 중병인데
사실 유럽 배낭
장기 여행 마치고
휴양차 겨울
오키나와로 다녀온 후
집 떠나서 개고생 하는 여행이 겁이 났다
한 해 한 해가 다르다더니
결국 나도
내 나이 돼 봐라
할 때가 오긴 온 건가
금요일 밤 해야 할 일들에
매몰되어 갈 때쯤
갑자기 마사지가
받고 싶어 졌다
요즘 과일이 제철인데
그래도 나가서 먹으면
반에 반값도 안 되는
동남아과일들 생각에
그래 마사지도 받고
과일도 먹자!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돌려본 비행기예약은
낮보다 가당 치도 않게
금액이 오르면서
낮은 금액은 자꾸
결제 에러가 났다
그러면서 자기 전 갑자기
낮 가격이 나타나고
결제 완료 두둥!
자려고 누웠다가
옷 몇 벌 화장품
배낭에 주섬주섬 넣고
내일 하려던
빨래부터 돌려놓고
빨래가 끝나가니
충전기 여권 카드 챙기며
짐 싸기도 끝이 났다
누워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새벽에 출발해야 된다고 하니
듣는 사람은 얼마나 황당할까
하지만 고수옆에는
인생 더 특급 고수
어디로 가냐는 말보다
몇 시에 어디에 내려줄까라며
먼저 묻는 걸 보니
역시나 같이 25년을
티격태격 의리로나마
함께 살아 준사람이 최고지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다 안다면 재미없지
김희갑 작곡가님이랑
한 집에서 평생을 사신
양인자 작사가님의
뼈 때리는 가사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린다
이제는 가지 마란 말도
혼자 가면 걱정된단 말도
잘 다녀와
엄마 잘 다녀오세요
한마디 인사로 깔끔하게 정리된 인생
나를 모르는 누가
뭐라 하면 말해주자
각자 인생 각자
알아서 잘 살아요
내 걱정은 말아요
어느 날 훅
떠나건 떠나지 않건
노 프라블럼 노 땡큐
이렇게 두 발은 따닥 붙이고
늘 현실에선 문제해결에
아웅다웅하지만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꿈같은 시간이
언젠간 주어질 걸 알기에
오늘도 매일을
잘 살아낼 용기와
잘 해낼 나를 믿는
희망사이에서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다가
기회가 오면 두려움 없이
선택할 용기를 주시길
기도하며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