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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군상(공원이야기)

by Zero

공원에 개 목줄을 하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어요. 애완견 전용은 아니지만 애완견과 함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거든요. 날씨가 풀리니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곧 출동했죠. 민원인은 삽 십 대 후반 정도로 좀 큰 개를 데리고 있었고 스무 살 후반의 여성 네 명과 오십 대 후반의 남성한명이 포함된 다섯 명 정도 되는 무리가 작은 개를 데리고 있더라고요. 저희가 현장에 도착하자 그들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언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들 사이에 들어가 서로 떨어뜨려 놓은 후 일단 민원을 넣은 사람에게 사정 청취를 했죠. 그랬더니 그녀가 하는 말이 그 다섯 명의 무리 중 누군가 목줄을 착용시키지 않았고 그 미착용 개가 자신에게로 달려들어 발로 걷어 찾다고 하더라고요. 왜목줄을 착용시키지 않아 자신들에게 달려들게 했냐면서요. 그래서 다섯 명의 무리에게도 사정 청취를 했죠. 그랬더니 그들은 한 마리를 풀어놓은 건 맞는데 달려들지 않았고 자신이 우리 쪽으로 와서 개가 풀어져 있는 걸 보고 발길질을 했다는 거예요. 일단 CCTV가 없어 사실 확인이 어려운 관계로 저희는 중립을 지키며 중재를 하려고 했죠. 그런데 민원을 넣은 사람이 자꾸 언성을 높이며 싸우려 하길래, 이렇게 감정적으로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사법경찰을 불러야 한다. 우리는 계도밖에 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재안은, 일단 개 목줄은 꼭 착용해 주시고, 서로 산책 시간을 달리하거나 서로 마주치지 않게 장소를 좀 비껴가면서 활동하면 어떻겠느냐.라고 했죠. 그랬더니 다섯 명의 무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민원신청인은, 공원인데 내 마음대로 오고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공원에서 내가 왜 그렇게 해야 되느냐고 강력하게 어필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과태료를 재발 좀 부과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요. 하지만 저희들은 과태료부과 권한이 없거든요. 경찰이나 구청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화가 나서 어떻게든 과태료 부과를 시키려고 경찰서와 구청에 계속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계도 밖에 할 수 없고 계도라는 것도 특별한 게 아니고 안내장 주면서 개목줄 꼭 착용해 달라, 이렇게 말하는 게 계도라는 행위의 전부다라고 했죠. 그리고 그렇게 진정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이후로 수시로 그분한테서 민원이 들어와요. 그래서 출동하면 그분은 현장에 없고요. 우리도 과태료 부과 권한만 있으면 이럴 필요도 없는데 행정이라는 게 그렇지가 못해 서로에게 참 답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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