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대한민국 사람에게는 4대 의무가 주어진다. 납세의 의무, 근로의 의무, 교육의 의무, 국방의 의무가 그 네 가지다. 요즘은 환경보전의 의무를 추가해 5대 의무라고도 한다. 이 여러 의무들 중에 특히 남자에게 문제가 되는 건 바로 국방의 의무이다. 남북으로 아뉘어 휴전 중인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명분하에남자들에게 모두 군인이 되게 하는 국방의 의무를 주었다.
군인은 곧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제일 먼저 총을 들고 전장에 나가 싸운다. 그러니 당연히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나는 96년도 무장공비침투사건 때 현장에서 전투에 참가했다. 비록 국지전이지만 양쪽 모두 희생은 만만치 않았다. 나는 그때 만 19세로, 국지전이 이 정도면 전면전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대북정책에 있어 진보주의자들은 대화론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보수는 대화는 무용하다는 대화무용론을 내세운다. 나는 그들에게 물어봤다. 당신들은 통일을 원하는가. 그렇다. 그럼 당신들은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건가. 대화가 무용하다 했으니 전쟁을 하겠다는 건가. 아니다. 그럼 뭔가. 전쟁도 안되고 대화도 안되고. 그럼 당신들이 생각하는, 무슨 방법으로 통일을 할 건지 그 방법론을 한 번 이야기해 봐라. 그랬더니 그들은 딱히 대답을 못했다.
우리는 전쟁을 쉽게 이야기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의 첨단 장비로 며칠 내로 북한을 괴멸시키고 전쟁은 끝난다면서. 참 한심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봐라. 벌써 몇 년째인가. 그 강대한 러시아가 첨단무기가 없어 아직도 저렇게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전쟁이 일어나면 당신들 자식이 전쟁터에 나가야 된다. 죽을 수도 있고 부상당해 병신이 될 수도 있고 혹여 살아 남아도 정신적인 외상으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민간인도 똑같다. 민간인 학살을 당하고 먹을 게 없어 굶어 죽고 질병으로 죽고 삶의 기반은 폐허가 되고. 그런데 문제는 그 모든 게 우리같이 힘없는 서민들이 당해야 된다는 것이다. 재벌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들은 해외로 도피해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살다가 전쟁이 끝나면 폐허가 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막대한 자본과 권력으로 또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우리들 희생위에 군림하면서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지금도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며 힘없는 서민의 자식들만 군에 가고 돈 있고 권력 있는 자식들은 면제율이 훨씬 높아 군에 가지도 않지 않는가. 그런데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고. 개뿔. 다 개소리고 자신들의 안락을 위해 우리같이 힘없는 인간들이 가서 자신들이 누리는 이 안락한 삶을 더욱 굳건하게 지켜줘야 된다는 가스라이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