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릴 적부터 여행을 좋아했어요. 부산에 계신 이모집을 가고 여름방학에 텐트 가지고 있는 친구와 바도로 산으로 가고. 해군사관학교 세계젬버리도 가고.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군에갔아요. 휴가 때 집에 오지 않고 혼자 여행을 갔죠. 강원도의 동해, 강릉, 속초, 정선, 울릉도까지도 갔고요. 그럴 때면 민박을 이용하거나 여관에서 잠을 잤죠. 당시에는 요즘 같은 비즈니스호텔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게 없던 시절이라 여관 아니면 여인숙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여관에서 잠을 자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비록 낡은 벽자와 침대 이부자리지만 낯선 곳에서의 편안함.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지역에서의 긴장 속에 호텔방에 들어 한 밤중에 창문으로 바라보는 그 지역의 적막함과 외로운 불빛들. 그 속에서 얼룩이 배어있는 이불을 덮고 약간 긴장한 체 즐기는 혼자만의 고독. 추운 겨울의 날씨를 조금이아마 피할 수 있는 침대시트와 이불의 저렴한 따뜻함. 저는 그게 그렇게 편안한고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즘도 가끔은 시간이 될 때 낯 선 지역에 가서 비즈니스호텔이나 모텔에서 하룻밤 자고 나오곤 해요. 이젠 옛날 같은 남루한 여관은 다 사라지고 세련된 모텔과 가격이 좀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이라 그 시절 감성은 느낄 수 없지만요. 이 글을 쓰고 있으니 90년대 묶었던 허름한 여관이 또 생각나네요. 오늘도 일 마치고 흐름란 여관을 찾아 지방으로 그냥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요. 역시 인간을 추억으로 사는 동물 안 가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