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려낸 색의 향연과 마음속에 스며드는 계절의 울림
가을 하면 산행을 가는 모습이 생각난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낙엽을 보니 10년 전 나의 하루에 멈췄다.
아침 6시,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며 몸을 일깨운다.
수암산 등산을 가기로 결심한 것은 어젯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다가였다.
늘 해왔던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조금은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두 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화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섰다.
수암산의 입구는 아직 어둠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걷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그들은 모두 정상에 오르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선 사람들처럼 보였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른 생각을 안고 산에 오른다.
나에게 이 산행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출근 전,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복잡한 머릿속 잡념을 없애기 위해서 나는 이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경사가 가파르진 않았지만,
오르다 보니 점점 숨이 차오르고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여명 속에서 매번 숨을 고를 때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내려올 것 뭐 하러 올라가느냐"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와보지 않고 자신의 발로 힘들게 올라오지 않아서 그 희열을 모르는 친구라 여겨진다.
고통 후에 느껴지는 감정은 배로 나에게 기쁨을 준다.
정상에 올랐을 때, 아직 아침 해는 높지 않았지만 서서히 붉은빛을 내며 산을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오늘 하루가 새롭게 열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탁 트인 시야와 함께 나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해 주었다.
“이 맛에 산에 오는 거지” 나는 나에게 잘했다고 긍정적인 칭찬으로 무한 에너지를 준다.
시간을 보니, 이제는 출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산을 내려왔고, 마치 꿈같은 두 시간의 짧은 여행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회사에 도착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아침의 그 상쾌한 공기와 내리막길을 달리던 내 발걸음의 가벼움을 떠올렸다.
이 좋은 경험은 4년 정도 가끔 가는 연례행사처럼 했었다.
“00은 출근 전에 수암산도 다녀오고 그때는 참 부지런했었지.”
다들 참 대단한 친구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참 젊었다.
마음만 먹으면 몸을 사용해도 아프지 않고 빠르게 회복이 됐다.
지금은 일 년에 대여섯 번 정도 등산을 다니고 있다.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무릎이 아프고 건강 챙기려다 오히려 더 아플까 봐
등산은 더 못 다닌다고들 말한다.
가을 하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과 등산 그리고 내려오면 은행나무가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650년이라는 수령만큼 오래된 세월이 흔적이 남아있다.
노랗게 물들고 아주 큰 은행나무 밑에 은행이 떨어져 냄새는 고약하게 나기도 했다.
은행은 추운 겨울 구워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산행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잔과 파전 그리고 닭발이 오늘따라 생각난다.
가을이 가기 전 산행을 다시 가볼 계획이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눈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몸으로 한 발 한 발 정상까지
걸어올라가서만이 만날 수 있는 풍경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자연의 향연이다.
건강을 위해 매일 걷고 달리며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려 노력 중이다.
하나둘 떨어지고 물들어가는 낙엽을 보니 등산화를 꺼내 산행을 가야 할 것만 같다.
그날을 기약하면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