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성장하길
가족 단톡방에 영상이 하나 도착했다. 손녀가 작은 어린이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마지막 손동작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아들 부부 앞에서 당당하게 공연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마음이 두근두근한다’는 가사는 뭐야?"
아들이 웃으며 답했다.
"엄마, 저희도 처음 듣는 노래예요. 이서가 혼자 상상하면서 부른 거예요."
그때 며느리가 말했다.
"어머님, 이서하는 행동이 제 어릴 적 모습이랑 똑같대요."
순간 놀랐다. 아직 글도 모르는데도 그림책을 보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손녀. 책을 읽다가 다른 말을 하면 바로 지적하며, "지금 엄마랑 마트 가는 거고, 물건은 카드로 계산하는 거야." 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잠들기 전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고 했다.
며느리는 식사 준비 전 항상 손녀에게 묻는다.
"이서야,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집밥을 선호하는 며느리는 야채도 골고루 식탁에 올려서 그런지 손녀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을 보면 어떤 음식을 만들고 엄마 아빠가 먹는 것을 보고 아이도 함께 먹게 된다.
내가 아들 키울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내가 편한 대로 밥상을 차렸고, 묻지도 않았다.
항상 질문을 해주고 손녀의 말을 귀담아주는 모습에서 나 때와 지금은 정말 다르구나 싶었다. 세상은 풍족해졌고, 육아 용품과 정보도 넘쳐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선택하고 활용하는지, 그리고 부모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고스란히 배운다. 가정은 작은 사회이고, 부모가 세상에서 만나는 첫 번째 인간관계다. 나는 손녀가 특별하지 않아도,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사회에서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을 키울 때도 나는 같은 바람을 가졌다. 공부는 중간 정도 했지만,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와 농구를 하며 친구들과 어울렸고,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성격이 활발하고 사회생활도 원만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나를 닮지 않아서인지 노래도 잘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이다. 하지만 성실한 면은 나를 닮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부모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내 아이와 손녀를 보며, 내가 물려주고 싶은 것은 좋은 습관과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