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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인간은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

by Book끄적쟁이

끝없이 성장하는 손오공


나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한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손오공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강한 인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소위 말하는 '먼치킨'급은 아니다. 그를 압도하는 빌런과 난관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의 가능성에 락(Lock)을 걸지 않고 언제나 강한 훈련을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압권은 숙적 프리저와의 대결에서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는 장면이다. 각고의 노력과 결정적인 자극(?)을 통해 사이어인 하급전사에 불과했던 그가 전설의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해 압도적 강함을 자랑하던 프리저를 무찌르는 장면은 어린 나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런 일은 손오공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기관'이 있다. 바로 우리 머릿속의 '뇌'말이다. 뛰어난 천재들조차도 평생 10%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우리의 뇌.

“무엇이 우리의 뇌를 쇠사슬로 옭아매고 있을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뇌의 특징 속에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6가지 법칙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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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손오공의 가능성을 해방시켜 '초사이어인'으로 만들었을까? 출처: 드래곤볼


첫째, 우리 뇌는 쓰는 만큼 발달한다.


인간의 뇌는 타고나는 것인가, 노력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가? 해도 해도 안 되는 상황에 좌절하다 보면

"난 머리가 나빠서 안돼!"

하고 의기소침할 수 있는데, 책 'Limitless mind'의 저자 조 볼러는 최근 뇌과학 연구의 결과를 보여주며, 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뇌가 딱딱한 돌덩이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지점토와 같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무언가를 학습할 때마다, 우리의 뇌는 그 방향으로 형성되고, 강해지거나, 신경세포의 길을 연결시킨다. 심지어 어른조차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막 살아온 어린 시절을 후회하는 행위조차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간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서든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법칙 1. 타고난 재능을 믿지 마라.


둘째, 우리 뇌는 실패를 통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


손오공을 비롯한 사이어인은 죽을 위기를 겪고 이를 헤쳐 나오면 전투력이 훨씬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은 올바르게 일을 해낼 때보다 실수를 만들어낼 때, 뇌는 보다 활동적이고 강해지며 성장한다. 우리의 삶은 실수로 가득 차있다.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우리가 문제들로 고군분투하고 온갖 실수들로 괴로워하는 시간이 뇌 성장에 가장 좋은 시기임을 깨닫게 된다. 힘겹게 느껴지는 느낌은 사실 우리의 뇌가 성장하는 느낌이다.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이건 특히 부모나 교사라면 더 잘 기억해야 하는 뇌의 특징이다. 보통 아이들이 실패에 괴로워하면 포기하게 하고 그들을 고난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그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성장할 기회를 뺏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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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로서 필요한 것은 실패를 위로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일이다. 출처: 드래곤볼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법칙 2. 실패를 사랑하라.


셋째, 우리가 가진 믿음의 방향, 크기만큼 뇌는 성장할 수도 퇴화할 수도 있다.


사이어인 엘리트 전사 베지터에게 하급전사인 카카로트(손오공)에게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두 사람의 마음가짐 차이였다. 손오공과 그의 라이벌 베지터는 상반된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손오공(성장형 마인드셋): 무엇이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베지터(고정형 마인드셋): 기본적 재능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엘리트인 베지터는 지거나 실패할 일이 별로 없었다. 언제나 자신이 가장 강했으니까. 반면 하급전사의 자식인 데다 태어나자마자 외딴 별 지구에 내던져진 손오공은 온갖 고난과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자랐다. 바로 이것이 하급이 엘리트를 넘어서게 된 이유이다. 위기 극복 이후 더욱 강해지는 사이어인의 특성을 자기도 모르게 풀 활용한 것이다. 오히려 실패를 모르고 자랐던 베지터는 성장이 더뎠고, 진정한 강적을 만나게 되자 현실부정의 단계를 거쳐 단번에 멘털이 무너져 버린다. 어릴 적 천재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커서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게 이런 케이스다.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자리만 지키고자 하고, 어려운 도전을 포기하니 성장은 멈추며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베지터의눈물.jpg 2등에 익숙하지 않은 엘리트는 단 한 번의 실패에도 무너질 수 있다. 출처: 드래곤볼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법칙 3.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라.


넷째, 우리 뇌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노력이 성취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거나 다른 방식의 인풋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손오천과 트랭크스는 각각 손오공과 베지터의 아들이다.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기 때문에 마인부우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초사이어인 변신이 가능했음에도 말이다. 이때 찾아낸 해법이 퓨전이다. 능력치가 비슷한 둘의 몸을 합체해 전투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지속력이 짧고, 전투 센스보다는 파워에 의존하는 단점이 있지만 초사이어인 손오공도 이길 수 없었던 부우를 상대로 어느 정도의 대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었다. 이렇듯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중요하다. 방법이 다양할수록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이 보다 많이 연결되고, 좌우 두 반구 간의 소통이 더 활발히 일어나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오천크스.jpg 1 더하기 1이 2보다 커지기도 한다. 출처: 드래곤볼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법칙 4. 다양한 방법의 솔루션을 찾아라.


다섯째, 빠르게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곱씹어가며 해결하는 것이 뇌 능력 발달에 더 도움이 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들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상자 안에 해결책이 없는 경우 정답을 상자 밖에서 찾아낸다. 만화 속 손오공이 그렇다. 다른 동료들이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수련에만 집중할 때, 진정한 '강함'과 '승리'의 의미를 고민한다. 악당인 피콜로나 베지터를 살려 보내기도 하고, 전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순간이동 같은 기술을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거나, 셀과의 전투 도중 패배를 선언하며 더 약해 보이는 아들 오반을 내세우기도 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이런 행동들이 더 큰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수임이 이후의 전개에서 밝혀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물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뇌의 새로운 구조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은 언제나 느리게 진행된다.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법칙 5.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마라.


여섯째, 우리 뇌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협업하면 훨씬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자신이 아직 사이어인인 줄 모르던 시절, 손오공으로선 기억에도 없는 친형 '라데츠'가 찾아와 아들인 오반을 유괴해 갔다. 라데츠는 '천하제일 무도회 우승자'인 손오공도 역부족일 정도의 강자였다. 이때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 라데츠 등장 전까지 최고 악당이었던 피콜로다. 혼자 힘으론 불가능했지만 지구 최강 두 명이 힘을 합치자 비로소 최강자를 물리칠 수 있었다. 이처럼 손오공에겐 언제나 목표 달성을 위해 협업을 하는 조력자들이 있었다. 천진반, 피콜로처럼 전투능력에 특화된 동료만 있는 게 아니라, 부르마, 카린선인, 야트레트 성인처럼 과학기술이나 특수능력으로 돕는 조력자도 많았다.

"잘 모르지만 배우고 싶어!"

손오공처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아는 척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할 때 세상에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던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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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이 지구를 비롯한 전 우주를 구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동료들과의 협업 덕분이다. 출처: 드래곤볼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법칙 6.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라.


진짜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니깐!


위에서 제시한 6가지 법칙은 모두 뇌 과학이 밝혀낸 사실에 근거를 둔 것들이다(by 조 볼러). 우리가 타고난 재능에 기대지 않고 실패를 사랑하며, 여러 사람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할 때,

마침내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해방될 수 있다. 6가지의 뇌의 특징을 파악하고 굳게 믿는 것은 우리의 뇌를 옭아맨 자물쇠를 여는 행위이다. 이로써 가능성을 억누르는 잘못된 믿음에 항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파헤칠 모든 채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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