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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Feb 26. 2024

조승연의 인생책 TOP 10

역사덕후는 어떤 책을 읽었을까

커버사진 출처: 조승연의 탐구생활


조승연 작가는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의 워너비이자, 소위 말하는 '엄친아', '뇌섹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잘생긴 외모와 밝은 미소도 한몫(?) 했겠지만, 대부분은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똑똑함' 덕분이다. 그는 뛰어난 언어 구사력으로 유명한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한국어, 라틴어까지 5개 국어가 가능하다(중국어는 기본회화, 독일어, 일본어는 기본 독해 가능). 또 언어는 잘 못하더라도 어떤 언어의 배경, 문화, 역사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이것이 '인문학 강연 섭외 1순위' 강연자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자칭, 타칭 그를 정의하는 키워드는 3가지이다.

언어천재, 역사덕후, 베가본드(방랑자)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그는 자신의 성향이 대기업 같은 곳에 취직해 한 군데 얽매이기보다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베가본드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각 지역 및 국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역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문화적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 나라의 언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언어 스펙트럼이 넓은 조작가는 주로 원서를 이용해 책을 읽는 편이다. 그 나라 말이 아니고는 작가의 의도를 100%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지역의 역사)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서이기도 하다. 그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유일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해주는 책


내가 살고 싶은 '워너비'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문학 지식전달자' 조승연. 지금부터 그의 지식의 원천이 된 책 10권을 살펴보자.


1. 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

2. 야성의 부름 - 잭 런던

3.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 - 아민 말루프

4.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5. 마음의 미래 - 미치오 카쿠

6. 실크로드 세계사 - 피터 프랭코판

7. 인류의 종말은 사이버로부터 온다 - 니콜 펄로스

8.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 빌 브라이슨

9. 알렉산더 해밀턴 - 론 처노

10. 신곡 - 단테


읽은 책, 읽지 못한 책

*책에 표시된 독서 난이도

읽기 쉬움: *

약간 쉬움: **

보통: ***

약간 어려움: ****

읽기 어려움: *****



1. 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


조승연의 인생을 바꾼 시 '여행'이 포함되어 있는 시집.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미국 유학 생활 및 미래가 불투명해졌을 때, 자기 삶의 방향키를 새롭게 잡게 해 준 책이라고 한다. '악의 꽃'은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보헤미안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걸작이다. 출간되었을 땐, 노골적인 성적 묘사, 부도덕성 등 풍기문란을 이유로 작품이 삭제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기이하고 대담한 주제와 서늘한 아름다움' 등의 특징으로 이전 시대 시와는 구분되는 현대시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지금에 와서는 '클래식이면서 아방가르드(품격 있는 신상느낌?)'한 독특한 작품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들, 그리고 가장 멋진 땅들도
가끔씩 우연이 구름으로 빚어내는
미스터리한 매력만큼의 것을 보지 못했다
.
.
세상이라는 것은 어제나 내일이나 항상 우리 스스로의 이미지를 보게 한다
- '여행' 중에서


2. 야성의 부름 - 잭 런던


조승연이 인생소설을 5편만 고르라면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 책. 20세기 초 미국 전환기의 근대정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한 잭 런던의 대표작이다. 주인공 늑대개 벅은 미국 남부 장원을 지배하는 왕이었다. 그는 인간들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문명의 혜택을 만끽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알래스카로 팔려가 금을 캘 때 썰매를 끄는 '개'로 전락하게 된다. 그곳에서 벅은 가혹하게 매질을 당하며 생존을 위해 '원시세계의 법칙'을 체득한다. 강자와 약자 앞에서 달라져야만 하는 처세술을.


3.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 - 아민 말루프


아랍 역사에 정통한 저자가 오직 아랍 쪽 사료에 근거해 쓴 200년 십자군 전쟁 다큐멘터리. 이제껏 무시되어 왔던 관점에서 십자군 전쟁을 서술함으로써 유럽사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십자군 전쟁을 다시 보게 해 주고, 시각의 균형을 잡아주는 책이다. 아랍인들의 관점에서 십자군 전쟁은 '성전(聖戰)'이 아니라 유럽인의 '야만적인 침략'이었으며, 대학살과 약탈로 무슬림들의 삶이 짓밟힌 반문명적인 사건이었다. 독도 문제 등 주변 강대국 일본, 중국과 '관점의 차이'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과 비교해서 읽어도 좋다. 출처: 킹덤 오브 헤븐


4.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한 구절 한 구절 정말 나한테 필요한 얘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책이 너무 좋아서 가족과 지인들한테 몇 권 선물을 했습니다.

근데 그 가족과 지인들도 '이거 내 얘기 아냐' 하고 생각을 했데요." - 조승연


조승연의 찐 추천작.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저자는 지금의 집중력 위기가 거대한 ‘사회적 유행병’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불충분한 수면, 만성적 스트레스와 각성 상태,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등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문제들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치된 집중력 저하는 문제해결 능력의 저하로도 이어질 것이고,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독서 난이도: **


"우리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 요한 하리


5. 마음의 미래 - 미치오 카쿠

어린 시절 좋아했지만 인문학 때문에 멀어졌던 과학에 대한 흥미를 다시 갖게 해 준 책 - 조승연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이자 과학 엔터테이너인 미치오 카쿠가 쓴 '의식세계의 비밀'에 관한 책. 조작가는 팬데믹이 터진 이후 과학적 조예가 없으면 인문학만으론 세상을 해석하기 어려워진 걸 느끼며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두뇌스캔부터 텔레파시, 염력, 기억 저장, 꿈, 외계인의 두뇌까지, 현대물리학과 신경과학이 만나 밝혀낸 의식세계의 비밀과 미래세계를 뒤흔들 다양한 연구와 위대한 발견들을 알려준다. 앞으로 의식에 대한 과학적 정의가 내려지면, 로봇, 동물, 외계인 등 인간이 아닌 대상의 의식 연구까지 가능해질 것이라 말하고 있다.


6. 실크로드 세계사 - 피터 프랭코판

그동안의 세계사가 국가별로 설명되고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설명됐던 세계사였는데, '실크로드 세계사'는 실크로드라는 길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다시 살펴보게 해 준 책이다. - 조승연

옥스퍼드대학 세계사 교수이자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역사가'로 평가받는 저자의 책. 이 책은 서유럽 중심의 기존 관념에서 탈피하여 실크로드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패러다임으로 동방에 초점을 맞춘 세계사다. 중국과 미국의 G2 시대, 실크로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핵심 연결망이다. 이 연결망을 알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근현대사를 비중 있게 다루어 실크로드의 현재 그리고 미래적 의미를 강조한다.

미중전쟁의 미래를 알려면 실크로드를 이해해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
콜럼버스가 대탐험을 이루기 전까지 세계의 중심은 실크로드 지역이었다. 
이 책은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교류와 흥망의 역사’라 할 수 있다. - 피터 프랭코판


7. 인류의 종말은 사이버로부터 온다 - 니콜 펄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이버 환경에서 먼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10년간 사이버 보안, 디지털 스파이 활동 분야를 담당했던 저자가 지은 책. 니콜은 이 책에서 3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제로데이'가 거래되는 암시장의 실체를 밝힌다. '제로데이'란 '해커가 전자 기기에 탐지되지 않고 침투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버그'를 말한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무기에 대해선 별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다. 불, 주먹, 칼, 총에는 바로 두려움을 느끼지만, 핵무기는 원자폭탄과 체르노빌이라는 경험을 한 후에야 그 무서움을 깨달았다. '제로데이'는 국가의 기간 시설과 핵심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게 해주는 사이버무기이다. 이 말은 1000만 서울시민들이 동시에 '블랙아웃'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던 일을 '인위적으로' 고리(부산) 원자력발전소에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의 모든 무기는 디지털로 작동된다! 출처: 서울신문


8.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 빌 브라이슨


조승연이 너무너무너무 재밌다고 극찬한 책(671쪽짜리 책이라 당신은 아닐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저자의 또 하나의 역사책이다. 빌 브라이슨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들 대부분은 전투나 전쟁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자택인 영국 노퍽 주의 오래된 목사관을 돌아다니면서 지하실에서는 건축용 자재의 변화를, 복도에서는 전화의 발명을, 침실에서는 성행위와 의료에 대한 역사적 관점의 변화를 뽑아낸다.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보아왔던 것들에 어떤 과거와 역사가 숨겨져 있는지를 세심하게 풀어낸 재미있는 책이다.


9. 알렉산더 해밀턴 - 론 처노


두꺼운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조작가도 두께에 압박을 느꼈다는 1,428쪽짜리 벽돌책. 역대급 대흥행을 기록한 뮤지컬 '해밀턴'을 보기 전에 현지 친구의 권유로 읽기 시작했는데, 보자마자 쭉 이어서 읽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고 한다(심지어 그의 어머니도 돋보기의 힘을 빌어 한 번에 읽으셨다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이지만 이상하게 저평가받던 해밀턴. 론 처노는 이 전기를 통해 확실히 그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해밀턴은 현대 자본주의 미국의 설계자일 뿐 아니라, 세계 근현대사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우리는 그가 250년 전 예견했던 무역과 산업, 증권거래, 은행들이 주무르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출처: 뮤지컬 '해밀턴'


10. 신곡 - 단테


시성(詩聖) 단테의 웅장한 서사시. 조승연이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받은 시라고 밝혔다. 단테는 중세의 암흑을 깨고 근대의 여명을 밝힌 지식인으로 불린다. 이 작품에는 실존 인물들과 신화적 존재들, 그리고 성서 속 인물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이 등장해 천태만상의 인간상을 보여 준다. 지옥에서 연옥으로, 연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순례는 비록 죽음 이후의 세계로 가는 것이지만, 허무맹랑한 판타지의 세계만은 아니다. 영원한 죄와 벌의 세계인 지옥은 현세에서 저지른 죄악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보여 주며, 연옥의 망령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진심 어린 기도를 통해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 원 제목인 코메디아(commedia)’는 단테의 긍정적 현실지향성을 잘 드러낸다. '슬프게 시작하여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는 의미를 통해.

'신곡'은 700년의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이 재창작되고 인용되고 있다. 출처: 웹툰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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