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리더는 어떤 책을 읽었을까
커버사진 출처: 인더숲
"e스포츠는 몰라도 페이커는 들어봤다."
"축구는 관심 없지만 손흥민은 안다."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진 않지만 BTS는 인정한다."
내가 생각하는 유명인의 기준은 이런 거다. 팬이 아닌 대중들도 기억하는 존재. 그런 의미로 대한민국에서 BTS를 모른다면 간첩이 아닐까(개별 멤버를 모를 수는 있지만...).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앨범) 1위 달성(《LOVE YOURSELF 轉 'Tear'》, 2018년)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싱글) 1위 달성('Dynamite', 2020년)
Hot 100(싱글)과 200(앨범) 1위 동시 석권,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한국어 곡으로 빌보드 Hot 100 1위 달성( 'Life Goes On'과《BE》, 2020년)
"21세기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라는 서구권의 평가는 글로벌 대중음악계에서 BTS가 누리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수식어이다.
정상에 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페이커의 인생책을 다룰 때도 얘기했지만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깊이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이들은 자신의 기량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것은 물론이고, 독서를 통해 확고한 철학과 마인드셋을 세워 나간다. BTS의 리더 RM도 마찬가지다. 성공 이전의 수많은 좌절과 정상에 오른 이후의 무수한 유혹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늘 그의 손에 들려있던 책의 도움이 컸다.
RM의 가사는 그의 성장담을 담은 아카이브다.
그리고 그 가사는 인상 깊은 책의 구절을 올려둔 또 다른 아카이브(@rkive)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 모두가 RM이 자신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노래로 내놓는 '문학청년' RM. 지금부터 그의 아카이브 속 책 10권을 살펴보자.
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2. 아몬드 - 손원평
3.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 임대형 외 8인
4.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5. 이방인 - 알베르 카뮈
6. 파친코 - 이민진
7.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8. 소년이 온다 - 한강
9. 밤 열한 시 - 황경신
10. 서양미술사 - 에른스트 곰브리치
* 읽은 책, 읽지 못한 책
*책에 표시된 독서 난이도
읽기 쉬움: *
약간 쉬움: **
보통: ***
약간 어려움: ****
읽기 어려움: *****
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해답이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게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 책 속 구절
"명답이다." - RM의 감상평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가 엮은 잠언시집.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은 이름 모를 이들의 고백록이나 기도문들을 모아 엮었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차분하게 바라보는 방법 및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는 시집이다. 얇고 읽기 편하며 마음의 휴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 입문용 또는 독서 권태기 탈출용으로 적합하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Outro : Wings(2017)│“가지 말라는 길을 가고 /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 원해선 안 될 걸 원하고 / 또 상처받고 상처받고 / You can call me stupid / 그럼 난 그냥 씩 하고 웃지 / 난 내가 하기 싫은 일로 / 성공하긴 싫어 / 난 날 밀어”
2. 아몬드 - 손원평
'인더숲 BTS' 편에서 RM이 읽은 책. 국내 100만 부 판매 베스트셀러, 아시아권 최초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 미국 아마존 베스트북에 선정된 작품이다.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윤재. 16세 생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게 되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공감 불능'의 윤재는 '감정 과잉'의 곤이를 만나고, 양극단에 서 있는 두 소년은 편견 없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Intro : Persona(2019)│“My name is RM / 내가 기억하고 사람들이 아는 나 / 날 토로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 / 난 날 속여왔을지도 뻥쳐왔을지도 / But 부끄럽지 않아 이게 내 영혼의 지도 / Dear myself 넌 절대로 너의 온도를 잃지 마 / 따뜻히도 차갑게도 될 필요 없으니까”
3.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 임대형 외 8인
출판과 동시에 RM이 읽어 화제가 된 책. 이 책은 글 쓰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9명의 '글쟁이'들이 고백하는 '더 잘 해내고 싶은 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점점 책을 읽지 않으려 하는데,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쓰기’가 좀 더 자신을 잘 표현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작가라는 이름을 갖게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렇지만 곧바로 하얀 종이의 빈 여백에 압도되어 좌절하고 만다. 이 책은 우리와 다를 줄 알았던 '작가'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장 ‘솔직한 응원’을 전해준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툭 까놓고 말할게 /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도 했어 / 높아버린 sky, 커져버린 hall / 때론 도망치게 해 달라며 기도했어 / But 너의 상처는 나의 상처 / 깨달았을 때 나 다짐했던 걸 / 니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 /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 Let me fly”
4.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RM이 MC를 맡은 '알쓸인잡'에서 다뤘던 책.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한 소설이다. 저자인 테드창은 이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여덟 편의 단편 중 한 편인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듄'을 만든 드니 빌뇌브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언어학자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을 향해 ‘네 인생의 이야기’를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 책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존재와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간을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파악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독서 난이도: ***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Yet To Come(2022)│“아마 다른 게 별로 없다면 / You’ll say it’s all a lie yeah / 난 변화는 많았지만 / 변함은 없었다 해 / A new chapter / 매 순간이 새로운 최선 / 지금 난 마치 열세 살 / 그때의 나처럼 뱉어 / Huh”
5.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이방인'을 더 일찍 읽었더라면 랩몬스터란 원래의 이름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RM
젊은 무명작가였던 알베르 카뮈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 신분 상승 욕구나 야심이 없고 생활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 이상할 정도로 주위에 무관심한 청년 뫼르소. 그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후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어 버린다. 그를 도우려는 누구도 뫼르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 또한 주위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러서야 자기 자신과 세계를 똑바로 마주하게 되는 뫼르소. 그의 모습은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 속에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의 한 단면이다.
독서 난이도: ***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목소리(2015)│“남들이 원하는 걸 꼭 원할 필요 있는가 / 난 한평생 한이 담긴 한숨 쉬며 살기보다 / 한을 떼어내고 그냥 숨을 쉬며 사는 길을 택했어 / 다 손가락질했네 얄팍한 나의 주위에선 / 내 꿈은 나의 목소릴 모두에게 주는 것 / 내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내 음악과 가사로”
6. 파친코 - 이민진
미나리(2021), H마트에서 울다(2021), 성난 사람들(2023)로 이어지는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닌'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뿌리내리고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역사적 재앙에 맞선 평범한' 이민자의 삶을 작가는 특유의 통찰력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주인공 선자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일컫는 말)’의 삶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번 기회에 시간을 들여 이민 1.5세대 창작자인 이민진(파친코), 미셸 자우너(H마트), 정이삭(미나리), 이성진(성난 사람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I Believe(2015)│“내 꿈 내 존재 자체를 의심한 적은 있어도 / 내 목소리만큼은 의심한 적이 없어 so real / 내 세상에선 내가 신이야 that not a deal / 등수로 따지면 I’m 1 / How you feel babe 넌 너가 너의 주인임을 믿어?”
7.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RM이 읽은 여러 권의 하루키 소설 중 한 권. 마치 추리소설 같이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인상적이다. 열다섯 살의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과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노인’을 양대 축으로 하여 미스터리와 스릴러, 판타지를 오가며 숨 한 번 고를 틈을 주지 않고 독자를 이끌어간다. 하루키 소설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현실과 초현실의 세계를 함께 그리는 것인데, 이 소설도 예외가 아니다. 현실적인 인물들(카프카, 아버지, 사에키 상)과, 그들의 내면과 과거를 상징하는 또 다른 분신 같은 존재들(까마귀라 불리는 소년, 조니 워커, 사에키 상의 생령)의 등장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깊숙이 자극한다.
독서 난이도: **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Blue & Grey(2020)│”난 확신이란 신 따위 안 믿어 / 색채 같은 말은 간지러워 / 넓은 회색지대가 편해 / 여기 수억 가지 표정의 grey / 비가 오면 내 세상 / 이 도시 위로 춤춘다 / 맑은 날엔 안개를 / 젖은 날엔 함께 늘 / 여기 모든 먼지들 위해 축배를”
8. 소년이 온다 - 한강
미국 대형 서점 ‘반스&노블’이 RM의 생일을 기념해 만든 ‘남준의 서가’에 꽂혀있던 책 중 한 권.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온 작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1980년 광주의 5월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도청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 발이었다고 전해진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Forever Rain(2018)│“하루종일 비가 왔음 좋겠어 / 누가 나 대신해 좀 울어줬으면 해서 / 종일 비가 왔음 좋겠어 / 그럼 사람들이 날 쳐다보질 않아서 / 우산이 슬픈 얼굴 가려주니까”
9. 밤 열한 시 - 황경신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 언어로 잘 표현되어 있어 읽으며 놀랐다. - RM
시인지, 에세이인지 규정하기 어렵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을 쓰는 황경신 작가의 책.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는 시간’인 밤 열한 시는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며, 수긍하는 시간이며, 느려도 좋은 시간이다. 시작하기에도 끝내기에도 괜찮은 시간이고, 그래서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시간이다. 그래서 밤 열한 시는 참 좋은 시간이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EPILOGUE : Young Forever(2016)│“막이 내리고 나는 숨이 차 / 복잡해진 마음 숨을 내쉰다 / 오늘 뭐 실수는 없었었나 / 관객들의 표정은 어땠던가 / 그래도 행복해 난 이런 내가 돼서 / 누군가 소리 지르게 만들 수가 있어서 / 채 가시지 않은 여운들을 품에 안고 / 아직도 더운 텅 빈 무대에 섰을 때”
10. 서양미술사 - 에른스트 곰브리치
처음 하는 이야기지만 내 소장 예술품을 보여줄 작은 공간을 만들 계획이 있다. - RM
미술 애호가로 소문난 RM이 사랑하는 책.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미술서. 서양미술의 윤곽을 잡아주는 입문서이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최고의 인문학 서적이다. 책을 펴면 그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글을 읽다 보면 사람이 느껴진다. 미술가가 왜 그렸는지, 그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림 속 대상과 미술가의 관계 등을 읽고 생각하다 보면 다시 그림이 보인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미술을, 예술을, 삶을 놓을 수가 없다.
*함께 하고픈 RM의 가사
Born Singer(2013)│“내가 지켜봤던 사람들이 이젠 날 지켜보고 있네 / 항상 올려봤던 TV 속 그들이 지금은 내 밑에 / 주마등처럼 스칠 틈도 없이 / 한 번뿐인 연극은 시작 돼버렸지 / 3분 만에 증발한 내 3년의 피땀 /피 터지는 마이크와의 기싸움 / 몇십 초일뿐이었지만 똑똑히 쏟아내 I’m *******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