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끄적쟁이 Apr 17. 2024

금단의 유혹, 골라

듄 파트 3 예상도 두 번째

커버사진 출처: 유튜브 채널 'Jason Momoa'


이 문서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의 스포일러를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던컨 아이다호의 재림


아트레이데스 가문 최고의 전사 던컨 아이다호. 그는 '듄 파트 1'에서 주군인 폴을 살리기 위해 사다우카들과 맞서 싸우다 죽었다. 분.명.히. 그런데 '듄의 메시아(듄 2권)'에서 버젓이 살아서 등장한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폴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던컨 아이다호의 모습


'듄의 메시아'(영화 '듄 파트 3'에 해당)에 등장하는 '틀레이렉스'는 듄에서 생체, 유전공학 관련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세력이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듄의 세계관에서 인공장기, 인공생명체들을 만드는 일은 혐오의 대상이다. 때문에, 그들은 온갖 음모론과 악명의 주인공으로 멸시를 당한다. 마치 상업을 혐오했던 중세시대 후반에 금융업에 몸담았던 유대인처럼...


던컨은 바로 이 틀레이렉스인 중 한 명인 '사이테일'에 의해 되살아난다. 던컨의 시체를 수거한 후, 손상된 부분을 고쳐 다시 만든 것이다. 이런 인공생명체를 골라라고 한다. '되살아온 죽은 자'를 의미하는 구울, '만들어진 자'를 뜻하는 골렘의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골라는 만들어질 때 특정한 정신 능력이나 성격을 가지게 할 수 있는데, 던컨의 골라는 젠수니(프레멘의 철학) 철학자인 동시에 멘타트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고장 난 트로이 목마(?)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돈을 빌려주고 평소 싫어하던 안토니오의 목숨을 노렸듯, 던컨의 골라를 만든 사이테일의 목적도 명확했다. 새로운 황제 폴과 가장 친했던 옛 동료를 죽음의 세계에서 다시 불러와 황제를 죽이는 것. 그런데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해야 할 골라가 뭔가 이상했다. 자기 이름은 던컨이 아니라 '헤이트'라고 얘기하고, 자기는 황제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니 처형하거나 쫓아내라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어딘가 고장 난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골라를 대하는 황제 폴의 태도도 특이하다. 여동생이나 신하들 모두 골라를 없애버리자고 간청하는데도 폴은 뻔뻔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골라를 그냥 받아들인다. 그게 자신에게 격투술을 가르쳐주었던 옛 스승에 대한 정 때문인지, 퀴사츠 해더락으로서 골라와 함께하는 안전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마성의 남자

너의 솔직함, 그게 바로 위험한 거야. - 알리아


그는 철저하게 진실했다. 인간 컴퓨터인 '멘타트'로서 그렇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진실을 마주하면 처음엔 당황하고 불편해한다. 하지만 상대가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의 속마음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라면 어떨까. 도망치고 싶다가도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거기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폴과 알리아처럼 많은 걸 알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었던 '인간 이상의 존재'들에게 골라는 아주 편안한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 일종의 정신과 의사 역할을 한 셈이다.


소녀이자 여인 알리아에겐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성의 던컨은 그녀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감정을 꿰뚫어 보고, 격렬하게 흔들어댔던 첫 번째 남자였기 때문이다. 제국의 대모에게 '당신이 원하던 것 아니었냐'며 키스를 갈기는 남자는 매우 드물지 않을까.

출처: 아주경제
'내가 원하던 입맞춤이라. 그게 사실이지.' 그녀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진짜 정체


"너는 던컨 아이다호인가, 아니면 헤이트라고 불리는 사람인가?" 폴이 물었다.

"주인님께서는 어느 편이 더 마음에 드십니까?"

- '듄의 메시아'


현재의 골라 '헤이트'는 금속 눈을 가졌다. 젠수니 훈련 덕분에 웬만한 일에 충격을 받지 않는 멘털을 지녔고, 멘타트 능력으로 냉철하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한다. 그의 내면에는 '황제 폴을 죽여야 한다'는 강박이 심어져 있다. 한데 그는 과거의 던컨이기도 하다. 그의 속마음엔 던컨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영상들이 파편처럼 떠올라 그를 괴롭힌다. 사이테일의 실수인 건지 그는 자신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녔다. 어찌나 강한지 '황제 살해 강박'을 억누를 정도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다는 욕구이다. 인공생명체 '골라'로서 그는 실패작이었다.


틀레이렉스의 진의


그러던 어느 날 폴이 '특정한 말'을 내뱉자, 골라 속에 잠들어 있던 던컨 아이다호가 완전히 눈을 떴다. 하나의 육체 속에 두 존재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는 이제 던컨이자 헤이트였다.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을 기억했다. 게다가 틀레이렉스의 강박마저 털어버렸다. 던컨은 명실상부 완전한 모습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런데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틀레이렉스 인들은 아주 교활하다는 사실. 골라의 젠수니 사고력이나 멘타트 능력처럼, 골라의 자유의지도 던컨 시절의 기억도 '의도적으로' 주입된 것이었다!!! 특정한 '트리거'를 당기면 발동되는 장치처럼, 그는 더 큰 목적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본문 속 사진 출처: 영화 '듄 파트 1'

이전 08화 황제의 여인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