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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Oct 12. 2022

그냥 하지 말라, 봉준호처럼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5. 그냥 하지 말라, 창작자들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5. 그냥 하지 말라, 창작자들 그리고 데이터로 세상을 읽다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운명론이거나 정해진 결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모둠살이가 숙명인 인간종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원하는 지점, 각자의 욕망의 합의되는 지점,
바로 그곳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송길영 '그냥 하리 말라' 중

삼프로TV 미래대학 유료 강좌 '데이터로 세상을 읽다' 5강


거짓말 없는 세상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눈치껏 상급자나 모임의 리더,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에 따르던 시대는 가고,

이제 나의 취향, 애호와 맞지 않는 모임은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단체회식 불참 선언, 점심 혼밥 선언)

지능적으로 회피합니다.(급한 일이 생겨서, 몸이 안 좋아서, 애가 아파서 등등등...)

우리 삶에 취향과 애호라는 것이 무척 소중해지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굳이 거기까지 할 필요가? 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외부세계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처럼' 거침없이 자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제품 판매를 위해 소비자의 세세한 취향과 애호까지 고려해야만 합니다. 배려가 없는 물건은 팔리지 않습니다. 반면 배려가 만들어질수록 로열티도 올라가 타사 제품의 1.5배 이상의 가격에도 과감하게 지갑을 엽니다.

유튜브 스케치코미디 채널 '하이픽션'의 '거짓말 없는 세상'


혼자 오래 로봇과 사는 세상 (키워드: 혼자, 장수, 무인)


서로의 취향과 애호를 마음껏 드러내면서 별다른 갈등 없이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등 공공예절 무시를 자기 선호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혼자 잘 지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할 수 없는 일들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도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에 의료기술 발전으로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장수는 축복입니다. 하지만 '돈 없고 몸 아픈 채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저주일 수도 있습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꼭대기에 '한국'이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가 저주받은 나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게다가 키오스크에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 녀석이 내 일자리를 뺏기도 합니다.

결국, 취향과 애호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나'가 필요합니다.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계층의 사다리


첫째, 원격층: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전문적 기술이 있는 사람
둘째, 필수적 일을 하는 사람들: 공공서비스
셋째, 실직자: 외식업, 여행업
넷째, 잊혀진 층: 수감자, 홈리스, 무국적 노동자 등

송길영 '그냥 하리 말라' 중

팬데믹 시대 누구나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서 첫째 계층에 속하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행동을 다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건 남기고 아닌 것들은 과감하게 다시 정의해보는 마음가짐이 요구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이미 다가온,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준비를 해놨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변화를 불평하는 것보다는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로 다른 지혜를 모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깊은 사고를 하는 전문가, 마니아, 덕후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책이든 뭐든 꾸준히 많이 읽다 보면 패턴이 반복되는 게 보입니다. 신호가 증폭되는 게 있고 감소하는 게 있는데, 그걸 보면 됩니다. 성취란 '요약본'으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많은 책을 읽고 긴 시간 고민하며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각성하는 거지, '핵심요약 유튜브 동영상'이 저절로 깨우쳐 주지는 않습니다.


성취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어지는 훈장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송길영 '그냥 하리 말라' 중

온고지신(溫故知新) = 현행화


임무를 완수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사라져야 합니다.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성이 올라간 이유는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일할 수 있어서입니다. 내 일이 아닌 남의 일 수발을 들던 시간과 수고가 사라진 겁니다. 지금까지 팀 안에서 백지장에 손만 대고 있던 사람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바쁘시죠?"라는 인사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본인은 안 바쁜 사람들 말입니다. 10명의 팀원 중에 안 바쁜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게 현행화입니다. 변화가 싫다면 떠나야 합니다. 환경이 바뀌면 규칙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행화, 현재를 유지하는 게 혁신입니다.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있으면 생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현행화 해야 할 것들


①자기 학습능력

이제는 기존처럼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배울 범주를 정하고, 매체를 통한 자기 학습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수많은 정보 중 나에게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하여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②전달력

훌륭한 사람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합니다. 다른 사람과 협업을 위해서는 '쉽게' 전달한다는 게 특히 중요합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쉬운 형태로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이 소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만 합의될 수 있기 때문이죠.


③데이터 리터러시

실시간 데이터를 관측하고 기록하고 추적하여 의사 결정하는 프로스펙티브 방식이 우리 삶에 들어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좀 더 지능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해석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순히 정보만 긁어모으는 게 아니라 무수한 데이터를 연결하여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④과정의 투명성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선 그 과정 속에 투명성을 반드시 탑재해야 합니다. 가장 큰 이슈는 단계별 충실함입니다. 각 단계별로 팀원 각자의 '기여'가 드러나야 서로를 신뢰하고 '자기 일'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⑤동료에 대한 리스펙!

2030은 업무와 보상체계, 그에 따른 처우 등이 행복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 속내를 보면 사실은 인정받고 싶고, 내가 하는 일에 자신감을 얻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에 기인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좋은 팀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동료로서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 미술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한 AI의 작품


⑥천상천하 유아독존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줄 알았던 독창성까지 갖추게 된 지금 이 시대, 인간인 나는 뭘 해야 할까요?

우리의 이슈는 대체 가능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NFP : Non-Funsible Person)입니다. 그것이 '내 것'이 되겠죠. 무엇이 '내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하나는 플랫폼 소유주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만의 작은 비즈니스를 하되, 장인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완전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기록을 쌓아가는 것이 곧 대체 불가한 나로 치환될 것입니다.

스스로 직접 기록으로 남긴 그 성장 과정이 오롯이 나만의 가치로 돌아올 것입니다.


구매는 그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대한 동조고, 콘텐츠의 수용은 지적 취향에 대한 선언이며, 특정인을 팔로우하는 것은 연대에 대한 증명이 되니 이 행위들은 결국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송길영 '그냥 하리 말라' 중

대체 불가능한 나(NFP : Non-Funsible Person)로 살기, 봉준호처럼

삼프로TV 미래대학 유료강좌 '데이터로 세상을 읽다' 5강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한번 해봅니다. 그걸 숙련될 때까지 지속하면 어느 순간 다른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 몰입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데, 이때가 진정성이 발현되는 순간입니다. 결국 진정성 있는 행동이란 내가 원해서 직접 하는 일입니다.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하면 나만의 신용이 쌓일 테고, 그것이 브랜딩이 됩니다.

새로운 시대의 '대체불가능한 나'는 학력이나 이력, 경력을 내세우는 전문가가 아니며, 단순한 덕후도 아닙니다. 무언가에 대한 애호와 전문성을 갖추며, 그런 자신을 세련되게 브랜딩 할 수 있는 개인입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체불가능한 존재인 봉준호가 대표적입니다.


소위 상업영화라면 공통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주제와 장면이 뭔지 생각해봤어요. 고민을 거듭할수록 드는 생각은 이것밖에 없더라고요.
'질린다.' 그때부터 청개구리처럼 반대의 것들만 찾아다녔어요.
"야, 이게 상업영화거리냐?"
'아 제작의도를 알아주시는 분이구나, 영광입니다.'

봉준호, 창작자들: 불행히도 창작을 시작해버린 이들에게 중

봉준호 영화에는 꼭 나오는 영화 속 시그니처 장면이 있습니다. 가장 절정의 순간에 주인공이 소위 '삑사리'를 내는 장면입니다. 보던 관객들이 '아니, 저기서 실수를...' 하며 탄식하다가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봉준호스러움'은 처참히 망했다던 「플란다스의 개」 때도 있었고,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에서도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는 흥행 실패에도 '봉준호스러움'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다 세련되게 진화시켰을 뿐이죠. 그 진정성을 밀어붙인 결과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장르 파괴자', '천만영화감독', '한국 최초 아카데미 수상 감독'


제게는 영화라는 게 아주 인상 깊었던 이미지를 오랜 시간에 거쳐 빼내는 작업 같아요. 제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그렇게 탄생했고요. 모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고 고민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탁 하고 꺼낸 거죠.

봉준호, 창작자들: 불행히도 창작을 시작해버린 이들에게 중

봉준호 감독은 오랫동안 깊이 있게 자신의 내면을 탐구한 사람입니다. 뭔가 어색한 조합, 불편해질 수도 있는 뒤섞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유전자를 말이죠. 그리곤 자기 인생 속 인상 깊은 이미지들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해 우리에게 선보입니다. 따라 할래야 따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이 겪어온 인생 속 이미지니까 말입니다.

'대체불가능한 그'가 조언합니다. 조금 더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불행히도 '창작마저 가능한 AI'를 상대해야 하는 여러분,

어차피 승산 없는 싸움, 100만큼의 시간을 투자해도 0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끔찍한 효율의 싸움이라면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걸로 승부합시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좋아하고 매달리고 싶은 일에 몰두하다 보면 분명 마약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우리 그냥 하지 맙시다, 봉준호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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