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찾아온 가을
무성한 초록잎들 사이에서 노랗고 붉게 익어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며 나무도 어느덧 가을을 나고 있음을 느낀다. 가을에도 나뭇잎이 마치 봄날의 벚꽃잎처럼 바람에 우수수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올해 시월에 들어서야 깨달았다. 이 나뭇잎들이 전부 떨어지고 나면 가을은 끝자락에 접어들게 되는 걸까.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구름을 바라보다 무수한 초록잎 속 서서히 말라가는 노란 나뭇잎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햇살 좋은 가을날,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낙엽 가득한 길을 사각사각 걷고 있으면 어느새 불안과 잡념은 사라지고 감정이 충만해진 이 순간을 잘 즐기고 싶다는 마음만이 자리 잡는다. 가을날의 선선한 바람과 따듯한 햇빛을 양분으로 자라나는 건 아무래도 나무 하나만이 아닌가 보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 나는 긴 여운에 낙엽 길을 서성이며 발걸음을 늦춘다.
한 계절이 내게 찾아왔다는 감각이 얼마나 소중한가.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나뭇잎들을 사각사각 밟으며 걷고 있는 지금은 가을이었다. 내가 가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오늘을 통해 나는 내일도, 이다음 날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