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봄 Oct 06. 2022

그런 날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이다. 하루는 마음이 뛸 것처럼 가볍다가도 하루는 예고도 없이 깊게 가라앉는 순간이 있다. 하루는 내 마음 깊숙이 외로움과 공허함이 스며들면 몸을 웅크리고 누운 침대만이 나의 세상인 것 같아 나는 밖으로 함부로 발을 뻗을 수 없다.


일상 속 관심을 쏟고 돌보던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는 서글프기도 하다. 나는 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가 된 기분을 느끼며 내게 주어진 고독을 잘게 씹는다. 정리되지 않은 과거의 잔상들이, 정착하지 못한 이의 불안과 고민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맴돌며 마음을 건드린다.


마음은 먹구름이 끼기라도 한 듯 어둡지만 나는 무엇 하나 시도하지 않고 가만히 멈춰 있다. 여력이 없을 때는 이런 날이 찾아왔다는 걸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내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다. 부러 애쓰지 않아도 날은 개기 마련이니 눈을 감고 호흡하며 때를 기다린다.


나는 내가 만든 호수에 가라앉아 있다.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 깊고 어두운 이곳은 외롭지만 어쩐지 안락하기도 하다. 그렇게 내 마음을 한참 살피다 보면 다정한 호수는 다시 나를 위로 올려 보낼 준비를 한다. 물가에 다 닿을 때쯤에는 무엇 하나 하지 않았는데도 눈이 부셔 와 눈가를 찡그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여름 날의 농구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