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 가을이 찾아오면서 하루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잠시 숨을 돌리고 돌아보면 무거운 눈꺼풀에 눈을 뜨기 힘들었던 아침이, 바쁜 일상을 보내며 나를 챙기려 애썼던 하루가, 어떻게 한 주를 보낼지 막연했던 한 주가 금방 지나가 있어 눈을 비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지 않으면 기억은 꼭 사라질 것만 같다. 삶에 휩쓸리듯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감정과 생각들을 붙잡아 글을 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데에는 계절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이 당겨지면서 늦지 않은 시간인데도 하루를 꼭 마무리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과는 다르게 이번 가을은 삶에 있어 무던해진 모습이다. 이틈을 타 쌀쌀해진 공기로 피부를 스치는 가을바람에는 응어리진 마음들과 해결되지 못한 미련을 조금씩 흘려 보낸다. 모든 걸 끌어안고 있던 내가 이토록 덤덤해진 모습은 묘한 느낌을 안겨 준다. 흘러가는 하루를 토대로 눈이 쌓이듯 글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와 있을 것 같아 옷깃을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