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부족합니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08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 팔 번째

일을 벌이기는 쉬우나 유지하기는 어렵다. 어릴 때부터 나는 게임을 좋아해서 하루종일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알 사람은 다 아는 군대 혹은 전쟁게임 특히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게임들을 즐겨했다. 누군가는 게임을 시간 낭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게임이란 마냥 시간낭비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역사에 흥미를 붙이고 식견을 넓히는 데에는 일정 부분 현실과 연관된 스토리설정과 컨셉이 있는 게임 덕분이다.


게임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전략게임 같은 경우는 그 변수가 복잡하다. 한참 마우스클릭만 열심히 해서 어쩌다 이기면 좋아했던 나는 현실에서의 교훈도 이와 유사함을 깨달아 돌이켜본다. 군대 혹은 생산하고 인구를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이 필요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유지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곧 게임 내 자원이 역할을 맡는다. 초반에 승부를 보고자 한다면 자원을 들이부어서 군대를 양성해 적을 공격해 이기면 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반면 자원을 비축해 방어하고 나중에 반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너무 생산이나 자원 관리에만 힘을 쓰다 적의 기습에 무너지기 일쑤다. 적이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이에 맞추어 대응해야 하는 유연함과 판단력이 필요로 하는 게임에서 내가 어찌어찌 잘하다가 매번 그 이상을 이겨보지 못하고 맥을 못 추는 것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유지하는 문제였던 것 같다.


현실 그리고 우리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 혹은 주어진 자원이 많다 치면 나도 모르게 쉽게 판단하거나 오만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주어진 것이 한 없이 있을 줄 알고 끝도 없이 써대거나 아니면 관심 있는 활동이나 일들을 여러 개를 하게 되는데 다양하게 활동해서 얻는 이점은 충분히 많고 널려 있다. 다만 그렇게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고 막상 숨겨진 중요한 요점을 나는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유지하는 능력. 엄청나게 타오르는 불길도 결국 꺼지기 마련이다. 우리 열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연장선상으로 작심삼일도 유사한 듯하다. 누구나 열정과 동기는 충만하지만 막상 얼마 안 가 그치는 것을 보면 이를 이어가는 능력이 떨어져 이내 없었던 일. 게임으로 치면 자원이 더 이상 없어 군대를 양성하지 못해 적에게 공격받아 패배하고, 현실에선 일은 많이 벌려 놓았는데 수습하지 못해 오히려 큰 곤란을 겪는 것을 간접적으로 배우게 된다.


적재적소에 자원이나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투입해 자기가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베스트지만 생각보다 다들 동기부여나 시작에 초점을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이후에 일에 대해선 실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실컷 해왔던 게임에서 간접적으로 나에게 어떤 점을 주의하라고 알려주고 있었지만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알 것만 같다. 선택과 집중이라 말하면 너무 추상적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본인 역량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은 결코 오래 유지할 수 없는 것 같다. 유지하는 능력도 겪어봐야 늘어나는 것이지.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져 끊임없는 동기부여로 활동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게임에서 "치트키"라고 불릴만한 일이고 현실에선 로또 같은 현상일 뿐이다.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써야할 에너지도 많아지고 시간도 늘어난다. 그렇기에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하는 능력 그 이전에 불필요한 일들을 기꺼이 줄이고 해야 할 일들을 하는 용기가 과연 내게 있는지 되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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