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30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삼십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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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누워있다 보니 몸이 가라앉는다. 화장실에 들어가 문득 거울로 나 자신을 바라본다. "세종의 봄"사건과 감기로 인한 초췌해진 내 모습.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는 역시 마음고생 다이어트인 듯하다. 집에만 있다 보니 어느새 자라난 불사의 잔디밭인 입가 검은 수염들. 마치 장기하와 얼굴들의 초창기 노래인 "싸구려 커피"의 모습이 떠오르기만 한다. 화장실에서 일을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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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의 온도는 43이 적당하다. 41은 너무 춥고 42는 애매하다. 미세한 컨트롤로 라디오 주파수 맞추듯 43으로 조정하고 누워 이불을 목까지 덮으면 오늘의 감기 일기는 끝이 난다. 24일이라 그런지 카톡에는 다들 프로필 사진이 매번 업데이트가 된다. 어디를 놀러 갔거나 아니면 크리스마스에 맞는 사진 찍어 올려놓았는데 문득 질투가 났다. 봐서 뭐 하냐란 심정으로 카톡을 닫고 유튜브를 들어가면 몇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들이 촤라락 나열이 되어있다.


나는 구독자가 18명인데 유튜버는 백만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도 이 역시 질투와 부러움의 공간이었다.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이 멘트를 치거나 지식을 열거하는데 그게 초 인기를 달리고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마 자기는 숨겨진 진주라고 생각하며 곧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묵묵히 나날을 버티고 있는 거 같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은 건 당연하니까.


인스타를 켜면 더욱더 쓸데없는 자랑거리가 쏟아진다. 참 내로남불인 것이 내가 뭔가 잘날 때 올리면 사람들에게 "왜 안 보지? 빨리 좀 많이 봐줘!" 하면서 보는 이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일부러 오기로 더 안 보게 되고 안 눌러보게 된다. 사람이란 동물은 정말 다채롭다. 누군가를 위해 분신투혼으로 삶을 마감하기도 하지만 좁쌀만 한 자랑거리에 마음속에 칼을 갈 수도 있는 게 사람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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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까지 덮인 이불, 점차 달아오르는 전기매트, 그 안에 들어간 나의 육체는 삼위일체가 되어 감기가 하루빨리 낫기를 열망한다. 눈을 감노라면 별의별 상상을 해왔던 지난 28년간 오늘은 어디로 가서 판타지를 열어볼지 상상에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내가 생각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알린 적이 있는데 요즘 빠진 것은 "광신"의 개념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질럿도 말 그대로 광신자라는 이야기인데 참 곰곰이 생각해 보면 광신의 개념이 너무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이라 생각을 놓을 수가 없게 되는 것 같다.


똘끼가 있는 사람이 독보적이듯이 자기만의 색깔로 무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광신, 광신도의 개념이 사람들은 사이비종교, 맹목적인 믿음, 사회에 해악을 주는 개념과 존재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 본질을 나는 알아보기 위해 머릿속으로 탐구해본다. "최소한의 자기 보루로써의 광신은 유용할까?" 등등

IS나 탈레반 같은 군벌들이 과연 진짜 종교인인지 생각해 보다가 갑자기 이란의 대통령보다 실질적 지배자인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떤 멤버는 내게 그런 상상이나 생각에 생각이 연결되는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했는데 엠비티아이가 만연한 요즘, 사람들을 너무 분류화해서 "나는 그렇지가 않다"까지 가버린 것에 대해 안타깝기만 하다. 현실은 방구석이었다면 적어도 내 머릿속은 폭풍우를 피하는 동굴처럼 안식처로 만들어서 나를 보호하고 나를 키워냈던 나만의 숙고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무기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이 세상 살아가는데 재미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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