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29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이십구 번째

어제 신나게 건강에 대한 글 쓸 때 살짝 추운 기운이 들더니 역시나였다. 곧바로 병원 문 닫기 전에 진료받고 엉덩이에 주사 한 방 딱 맞은 후 약 받고 집에 들어와 쉬었다. 독감인줄 알고 벌벌 떨었는데 아직 더 심해지지는 않고 그냥저냥 괜찮은 거 같아서 만약 심해지면 독감검사하러 오라 했는데 그냥 쉬고 있다.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참여를 못해서 아쉽지만 건강이 먼저라 누워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닌 것 같다. 들입다 누웠다 일어나니 저녁이 넘어 후다닥 글을 써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해 기존의 계획이 틀어지는 걸 방지해서 그에 대비한 계획을 플랜 B(비)라고 부른다. 플랜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에 대해 큰 일대 사건이 아닌 이상 우리들의 하루하루에서 플랜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플랜비가 나올만한 상황은 그런 비상상황에 대비한 계획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나는 다소 즉흥적이라 에너지가 솟을 때 하는 타입이다.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고 진행하는 데 있어 옹고집스럽고 쓸데없는 경직된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으며, 시간을 너무 활용하려는 바람에 일상에서 숨이 막힐 느낌이라 더더욱 싫어했다. 하지만 몇년 전에 계획에 대한 중요성을 동기적인 측면 그리고 행동을 옮기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거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 관점이 달라진 것 같다.


계획은 답답하고 유연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은 오히려 계획하나 제대로 세워보지 못하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나 같은 사람의 생각뿐이라는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업무처리에서나 쓰일 법한 계획이라는 것은 우리가 다가가고자 하는 각자의 성공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계획 그 자체를 말할때, 시간표로 시간 나누고 그 시간에 딱하고 쉬고 또 시간이 되면 움직이는 그런 시간표를 흔히들 떠올린다.


대중적인 홀랜드 검사를 하면 나는 예술형인 사람이기 때문에 감수성이 있거나 민감한 사람들은 더더욱 계획을 싫어하거나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각자가 이루는 성취는 그 사람만의 방법이 있기에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계획을 제외하고 이 사람이 달성한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보더라도 계획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다. 계획은 오히려 일상을 억압하고 옥죄는 것이 아니라 되레 일상을 자유롭게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다들 계획이라는 것을 타의에 하는 경우가 많아서(이 말은 즉슨 학창 시절 계획표작성, 성인 때는 사회생활 스케줄 등등) 자의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이 과연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계획이 심리학적으로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간단히 말해 타이밍을 정해주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설령 계획했더라도 추상적으로 어떤 것을 해야겠다고 적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나의 잃어버리기도 했고 성찰했던 8년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항상 작심삼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획이라는 것을 기자들의 육하원칙처럼 작성하게 된다면 빛을 발하게 되는 것 같다. 이는 목표를 백날 세워봤자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그냥 테이프 커팅식하듯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게 되지만 이것을 구체화하고 움직이게 하려면 언제 하고 언제까지 끝날 지를 정해놓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해서 얻는 이점이 크기에 권장들을 한다.


더군다나 계획이 불필요하다는 핑계로 본인의 루틴대로 살아가다 보면 늦잠을 자거나, 퇴근 후 그냥 집에 와서 방콕 하는 경우 몸이 편한 대로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결국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목표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중요성은 결국 계획을 했냐 안 했냐의 차이에서 결정 난다. 그냥 이대로 살면 좋고 거기서 성취가 나온다는 생각은 적어도 나에겐 맞지가 않는다.


변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하루종일 누워있던 사람이 아령을 드는 것을 제삼자가 보더라도 "해가 서쪽에서 떴나?"라고 볼만큼 진귀한 풍경이다. 그런데 거기에 자기 자신의 신뢰를 더하고 진짜 성취를 하고자 한다면 외부로부터 닥쳐오는 급격한 변수를 대처하고 기존의 방향대로 진행하기 위해선 결국 계획이 이 역할을 맡아야 함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계획이란 개념도 수립하는 것은 누구나 하지만 또 막상 하기엔 귀찮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으로부터 실행이 그나마 도출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그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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