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이 나가고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41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 사십 일번째


KakaoTalk_20240104_233211424.png

뒤늦게 일어나 침대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뒹굴뒹굴했다. 이런 나를 보며 누군가는 게으른 백수라 하겠지만 내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 어느새 저녁이 되고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잠깐 놀라다 생명에는 지장이 아직은 없는데 밤 사이를 주목해야 한다 해서 긴장은 하고 있다. 손주가 라디오를 한다는 소식을 들으신다면 기뻐하시라 본다. 아무쪼록 별 탈 없길 바라고 있다가 오후 20:00시가 되었다.



anmol-arora-js1prKAQF7s-unsplash.jpg

처음에 5분이 지나도록 내 방송은 시작되지 않았고 급기야 10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지역뉴스가 나가고 있어 국장님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송출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첫 방송인데 미안하다며 연락이 왔다. 20분이 지나서야 방송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시간만 지연되었지 방송에는 문제가 없었다. 편집할 때 나의 방송이 세종시 전역에 송출된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지방방송이라 듣는 이는 지극히 적을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리라 본다.


한마디로 숨은 맛집이면 어떻게든 찾아오는 손님들처럼 결국 주방장이 잘해야 할 것 같다. 50분간 방송이 나갔는데 그동안 나의 상상으론 대전에서 천안까지 이어지는 세종시 전역을 통과하는 국도에서 주파수 맞추느라 지나가는 누군가는 들을 거란 희망 아닌 희망을 가져본다. 방송한다고 생색내기는 싫지만 그래도 자랑하고 싶은 양가감정이 있었다. 첫회라 설레발치기는 뭐해서 방송 4시간 전에서야 공지를 했다.


다른 공동체 대표님이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자긴 언제 나가면 되냐며 한술 더 뜨셨다. 방송 준비할 때 생각해 놓은 게스트가 몇몇 계시긴 했는데 근 한 달간은 아무래도 내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고집 아닌 뚝심이 있었다. 그때 동안 프로그램하며 진행스킬을 혼자서 익힐 필요가 있었고 무엇보다 프로그램 분위기를 장판처럼 깔아놔야 뒤이어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clem-onojeghuo--gGy9hVunhE-unsplash (1).jpg

마침 첫 번째로 섭외하고자 했던 주말마다 고정장소로 찾아가는 카페서점 사장님을 모시고자 했는데 그분도 공동체 대표라 일정이 빡빡하셔서 1월 말쯤으로 생각하셔서 그럼 그때 동안 열심히 나 혼자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래도 누군가가 참여의사를 밝혀주시고 몇 주전 공동체 행사할 때도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나올 의사가 있으신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촐싹이는 인문학 토크쇼"라는 기치아래 기대되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2주 차 녹화는 끝내놓은 지라 슬슬 3주 차 녹화 각을 재야 하는데 이게 참 제때 원고를 써놓으면 좋겠는데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아무래도 미루고 있다. 전날에서야 부랴부랴 작성할 텐데 지금 당장은 그냥 넘어갈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주방장이니 숨은 맛집이 나는 미루기 퀄리티로는 절대 통하지 않을 거 같아 머리를 싸매봐야 할 것 같긴 하다.


자랑 아닌 자랑이 어느새 왜 이렇게 말을 잘하냐며 칭찬을 해주시는데(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고 입이 튀어나와서 말하기 용이하다고 말씀하셨다....) 150회 모임을 진행하면서 나도 모르게 짬밥이 생긴 것인지 그냥 나불나불 묵힌 한을 풀고 싶어선지 모르지만 굉장히 재미있다. 긴장도 될 법도 한데 예전에 2년 전만 해도 긴장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생각을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내 입장에서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코.


다만 무뎌진 것이며 뻔뻔함의 수준이 상승한 것이다. 티비에서 가끔 개그맨들이나 아니면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거나 남들 앞에 정말 뜬금없는 드립을 해도 자기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을 보고 나도 배워보고 싶다 생각을 했었다. 또 말썽쟁이 도널드 트럼프가 하는 언행 하나하나 따져보면 정말 쓸데없고 팩트체크도 안된 아무 말 X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트럼프는 남들이 자기를 욕하든지 말든지 심지어 방송에서 토론장에서 비난을 대놓고 먹는데 그의 얼굴은 변함없이 "어쩌라고?"식의 뻔뻔함을 자랑하는 것을 보고 부분적으로 영감을 얻었다.


아무튼 내성적인 나는 그런 부분을 배울 필요가 있었고 지금도 배우려 한다.

keyword
이전 15화현관문 열지마! 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