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친 "미루기"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42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사십 이 번째


집안에서 디퓨저 냄새를 맡으면서 잠시 책상의자가 목욕탕에 비치된 의자처럼 변신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현재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서 곰곰이 물 흐르듯 지켜보려 애썼다. 1월 5일 현재 명상을 해보고자 5분간만이라도 집중해 보았다. 여러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고 문득 떠오르는 미루기에 대해서 각 잡고 전쟁 한번 치르고 다스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평생 내면의 원수는 바로 미루기였다. 일기에서도 밝혔듯이 미루기는 작심삼일의 근원적 문제였으며 그나마 찾아낸 단서들로 꿰매어 살펴보니 무기력감과 불안감을 내포해 있는 듯했다. 이 말은 즉슨 내가 어떤 일기에서 잠깐 언급했던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평생을 안고 살아갔던 나로서는 그동안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아 너무 답답했으나 서서히 어떻게 풀어나갈지 보이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머리로는 충분히 필요성을 느끼지만 정작 책 덮으면 안 움직이고 딴짓하는 문제는 양가감정 혹은 그 이면에 숨겨진 나도 알 수 없는 어떤 신념 때문이다(무의식이 아니다). 집을 만들고자 하는데 벽세우고 지붕세우고 장판도 깔고 다 만들고 보니 집에 문제가 생겨 살펴보았는데 장판 아래 토대에 문제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토대를 보강하고자 다시 장판을 뜯어내야 하는데 이미 할 거 다 해놓고 살피자니 굉장히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소모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알 수 없는 신념은 어린 시절, 그동안의 상황과 경험에 축적된 산물이다. 물론 계속 파고들어 가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있다. 단 흔히 알고 있는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적 최면술과는 거리가 먼 방법으로 이론적 접근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념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바꾸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알면 좋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선 굳이 알 필요 없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신념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가는 작업에서 당연히 예전의 사고습관인 신념은 반발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그렇게 살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이미 당연한 것을 깨자고 하니 스스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회피한다고 될 일이었으면 이미 8년 전에 작심삼일을 이겨내고 나는 무언가를 달성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기에 아예 접근방법을 바꿔버린 23년에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토대로 예전 신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증거가 생긴 셈이다.


어떻게 할 거냐고 스스로 묻는다면 명상에서 떠올리듯 실행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결국 치우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의 생각이 "조금 있다가" "아직"이 기본이었다면 이것을 바꾸기 위해선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변화의 시간을 맞닥뜨려야겠다고 판단했다. 미루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때 실행하는 습관을 먼저 길러야 할 것 같다. 정확한 타이밍에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숨 막힐 거라 생각할 수 있고 심지어 강박적이다라고 느껴질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문제는 시간 맞춰 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의무감이 필요하고, 마치고 나서 홀가분함을 느끼는 것을 알거니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이 문제에 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일단 해보고 말하는 게 더 확실할 것 같다. 여하튼 미루기의 복잡한 문제는 그동안 갈고닦아온 나만의 습관이었기에 달성이나 성과의 양은 별개로 과정에 몰두해 보련다.


사소하지만 단 1초라도 안 하는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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