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 떨립니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43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사십 삼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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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를 단 한 번도 펴보지 않았다. 종교적이든 개인적이든 그런 고상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머 하러 피지?"라는 생각으로 아예 손을 안 대니 안 피게 되었다. 집안 자체가 담밸 안 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우리 아버지도 골초였는데 태어날 아이 몸 안 좋아진다고 금연을 선포하시고 그 태어난 아이가 30살이 먹도록 금연에 성공하신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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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혹은 술을 달고 사는 사람들의 이유는 첫째론 스트레스 때문에 몰려오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증가로 뒷골 당기는 일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담배나 술은 골치 아픈 일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진통제 같은 역할을 해주지만 그만큼 단점도 큰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둘째론 계속 손을 대다 보니 아무 일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이미 조건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별로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는데 쉬는 시간, 잠시 화장실 다녀올 시간에 어느 순간 담배를 피운다. 또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 전 아쉬우니 술 한잔 하러 가자며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내 주점으로 간다. 하도 피다 보니, 하도 마시다 보니 조건-반응의 아주 기초적인 심리학적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버린 것이다. 사소한 상황적인 단서에서도 피우고 마시니 이젠 그냥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술담배를 끊기란 너무너무 힘들고 오죽하면 심리학 치료기법에선 AAA(알코올중독 자조모임)을 소갤 할까? 혼자 끊기는 힘드니 다 같이 나와서 서로 으쌰으쌰 하며 한 주간 아니면 그동안 잘 이겨냈는지 서로 체크해 주고 금주 전략을 리뉴얼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 서로 금주한다는 것을 알다 보니 사회적인 시선도 신경을 안 쓸 수밖에 없어 여러 방면으로 금단현상에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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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나에게도 금단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술도 담배도 아닌 바로 게임이다! 게임중독은 질병이므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신중하게 표현해야 하겠지만 중요한 건 열심히 게임을 하다 "아 이러면 안 돼!"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마음을 굳게 먹고 게임을 삭제하면 얼마 못 가 그 공허한 마음에 뺏겨 다시 게임을 설치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핵심은 공허한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한번 집중하면 많게는 10시간씩 하기도 했으니 하루에 그 시간을 빼면 10시간이 갑자기 생겨버리는데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얼 해야 하겠는가?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오만가지 생각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무기력은 이런 중독 아닌 중독을 체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저번에도 게임을 끊겠다고는 했지만 도중에 여러 번 하기도 하고 다시 설치하고 그런 행동을 반복하긴 했다.


다만 계속 시도하고 있으며 꾸준히 다른 걸로 메꾸려고 하고 있다. 몇 달간 게임을 안 한 적도 있는데 기억해 보니 어떤 것에 집중하고 게임을 안 하는 나를 보면, 금단현상은 그 빈자릴 무언가로 다시 메꿔야 하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새해에 무언가를 하겠다고 외치는 사람도 많지만 무언가를 안 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으로 기호식품을 절제하며 더 나아가 금주 금연을 선언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술과 담배로 메꿔주던 그 마음속 빈자리를 어떤 걸로 메꿔야 할지 스스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손이 떨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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