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야?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48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사십 팔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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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격려하고 영문장 하나 외우는 것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달력에 기록을 안 해서 며칠째 하고 있는지 체크를 안 해놨다. 그래서 다시 역산해서 체크한 날까지 짚어보았는데 오늘까지 103일째다. WA! 드디어 100일을 해냈다. 예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몇 번 빼먹어서 9월 30일경에 다시 시작을 했는데 어느 순간 쌓여 온 것이다. 이건 대단한 것이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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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는지 보노라면 정말 손에 꼽을 지경이라 주먹 쥐던 다른 한 손의 손가락을 드디어 하나 핀 것이다. 5분 정도 스스로를 격려하고 영문장 하나 외우는 것은 내겐 변화라고 여겼고 어떻게든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분명 코웃음 칠만한 분량일 테지만 이조차도 귀찮거나 안 하는 경우도 있어서 나는 나대로 만족한다. 자정 전에 급히 끝낸 날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해낸 셈이다.


사소하지만 단 1초라도 안 하는 그것. 언젠간 해야지, 나중에 해야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조만간 해야지라는 다양한 미루기의 신념 속에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변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변화하고자 한다면 급진적으로 무언가 뒤집어 엎을 정도 의지를 가지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시피 한다면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그만큼 비례해서 예전 삶의 타성도 몰려와서 이겨내기가 까다롭다.


아마 나의 방법은 지금은 탈퇴한 모 멤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 사람은 한번 붙잡으면 많이 하는 게 정상이라고 여겼는지 내가 넌지시 이야기했던 나의 근황에 대해 딴 세상 보는 듯한 아니 어리둥절한 표정이 아직도 인상이 깊다.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열심히 책을 읽는다고 자랑하고 다녀도 막상 이야기할 때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책을 읽긴 읽었는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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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금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듯이 주변사람들한테 뭔가 목표가 있고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근황과 함께 전하게 되지만 뒤돌아서 정작 집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놀기 바쁘다. 머릿속으론 가끔 죄책감이 든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하면서도 정작 몸은 딴짓하고 있다. 그런 나에겐 시작은 굉장히 큰 부담감이었고 변화는 언젠가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닌 그 무언가였던 셈이다.


그래서 지금은 벽돌 하나하나씩 놓는 작업이 내게는 핵심적인 해결책이었고 작은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깨달음을 믿고 하니 어느 순간 글도 나도 모르게 150개 가까이 다가왔고, 어느 순간 100일째 그 작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분명 나중에 내가 누군가를 상담해 주거나 도울 일이 생긴다면 나의 경험이 필히 영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심리학 대학원을 들어왔을 때 느꼈던 초창기의 그 생각처럼.


"나도 나 스스로를 케어를 못하는데 누굴 돕겠다는 것인가?"라는 그 마음이 여전히 생생하다. 하다 보니 탄력 받아 무시 못할 에너지도 생기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어가고 있다. 다만 현실은 언제나 다면적이다. 100일이 지났지만 당연히 5분조차 하는 것이 귀찮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데 중요한 건 그 귀찮음을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100일 정도 지났으면 습관이 되어서 뭔가 자연스러워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젖어들면 그 괴리감 때문에 할 맛이 뚝 떨어진다.


불편함, 귀찮음이 일상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보다 쉽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 같다. 흔히 자기 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장밋빛 변화는 철없고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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