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의 달인 에릭 캔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47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사십 칠 번째

약 40년 동안 달팽이 하나만을 보고 연구를 한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위의 사진은 나름 귀엽게 생긴 군소라는 바다 달팽이다. 요즘엔 군소 요리를 해 먹는 유튜버도 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다만 인지심리학 수업시간에 군소가 가져다준 획기적인 성과를 알게 되자 몇몇 사람의 인내와 탐구정신이 인류에 엄청난 지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 경이를 표해본다. 인간의 뇌신경을 우리 먼 친척 군소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에릭 캔들 교수는 2000년에 [신경세포의 전달 물질과 원리 연구]라는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1962년에 연구실에 왠 괴상망측한 바다 뭐시기 달팽이가 들어와 거의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하며 약 40년간 행복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군소를 연구하기 전에 1950년대부터 뉴런의 전기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어 연구경력만 도합 50년 이상인 셈이다.


신경계의 단위이자 신경세포인 뉴런의 기본 기능은 자극이 들어올 경우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한다. 왜 하고 많은 동물 중에 군소냐 한다면 개나 고양이 같은 경우는 뉴런의 수가 수백억 개 정도 되는데 군소 달팽이는 2만 개 정도로 아기자기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어 어차피 신경 연구에 개와 군소를 비교하면 같은 개수만 여러 다발로 존재하지 실질적으로 군소를 연구해도 파이만 작아 상대적 연구가 용이하며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 큼직한 뉴런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해 보이는 군소의 신경연구는 지금 전공서적을 펼쳐봐도 요약본을 보지 않는 이상 "무슨 말이지? 한국말로 번역된 거 맞나요?" 할 정도로 복잡하다. 군소의 신경 메커니즘만 봐도 골치 아픈데 만약 인간의 뇌를 그 당시 연구했다면 답이 안 나왔을게 뻔하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전산처리가 뛰어난 기계나 컴퓨터가 없었고 또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뇌를 스캔하는 장비들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즉 반백년동안 뇌와 신경세포에 대해 한 우물만 팠던 캔들은 우리가 고무망치로 무릎을 치면 반사하듯 저절로 올라가는 것처럼 아가미를 보호하는 보호반사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를 기반으로 나중에는 쥐를 연구한 데이터와 합쳐서 뇌의 시냅스 기능변화가 다른 형태의 기억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시냅스는 뉴런과 다른 뉴런을 연결시켜 주는 브릿지의 개념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우리가 자주 들어본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개념이 여기서 입증이 되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자극은 단기기억을 만들어내고 강렬한 자극은 시냅스 변화에 비례하여 더 오랫동안 보존되는 장기기억을 만들어낸다. 캔들의 연구는 뇌신경연구를 넘어 의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뇌를 연구하는 학문에 크나큰 선물을 가져다주었고 뇌의 정신질환(알츠하이머, 파킨슨병)등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하늘이 캔들이 노력한 시간에 감동한 모양인지 그동안 정신분석에 멈추었던 머릿속 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랐던 미지의 영역에 단서를 발견하게 해 주었다.


나는 캔들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에서 "기억은 곧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문구를 보았던 것 같은데 굉장히 공감이 가는 어구 중 하나였다(책이 어려워서 그냥 그의 말들이 비교적 쉽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은 더 이상 가족 친구 그동안 알고 지냈던 모든 것이 남이고 생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날의 추억이나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그에겐 포맷된 것이나 다름없기에 주변사람들만 그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면 그의 정체성은 결국 물음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여하튼 캔들의 50년 연구는 놀랍기만 하다. 괜히 노벨상을 받는 게 아니구나 싶다.


참고자료 : 러셀 앤드루스, 안수정 2014.03. [브레人 인터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 Eric R. Kandel : “기억의 메커니즘과 의식 탐구의 오랜 여정”

위키백과. 에릭 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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