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57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오십 칠 번째
한 때의 신조어가 그냥 재미로만 전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시대정신을 반영한 경우도 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 입에 오르고 내리면서 다들 소확행에 대해 바라보는 입장이 다양하다. 소확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개선이 안되니 젊은 층들이 사소한 것에 행복을 찾기 위한다면서 사회적인 참여,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며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호들갑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즉 평소에 느낄만한 행복을 중요시 여겨야지 무슨 소확행소확행 거리냐며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나도 한때는 처음 소확행이 나왔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쓸데없는 행복이라며. 다만 요 근래 나는 소확행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떠도는 가벼운 분위기의 신조어를 제외하더라도 소확행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준도 다 다르고 어떤 행복이 다른 행복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행복은 많은 돈, 시간적 여유, 건강함, 원활한 인간관계가 버무려진 상태를 이야기할 테지만 한국 사회의 기준에서 물질적으로 차지하는 행복의 비중 그리고 충족하기 위한 조건이 굉장히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소확행은 쓸데없는 거, 현실에서 못 이루니 저러고 자기 합리화, 정신승리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 소확행이라면서 단어가 주는 의미에 비해 소확행이라며 각자 하는 행동들이 정말 소확행이 맞는지 의아한 경우나 소확행을 기치로 FLEX가 겹쳐서 단순히 물질적으로 한정된 값싼 물건들을 여러 번 사며 남발하는 경우 때문에 소확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 또한 심어줄 수 있다 생각한다. 정말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도 잠시의 공허함을 달래고자 쇼핑중독처럼 값싼 물건들을 계속 무수히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일상에서 소확행은 너무 당연해서 그동안 인식을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기준이 사회가 요구하는 또는 스스로 너무 높게 측정해서 그 이하의 것들에 대한 충족은 행복하지 않다고만 여겼던 것 같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는 것이 나한테는 이미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정작 고독한 사람에게는 그것만큼 부러운 일은 없을 것이기에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행복은 아니어도 너무 당연시 여긴다면 그것대로 문제인 것이다.
일상에서의 작지만 소소한 행복들은 찾으면 정말 넘쳐난다. 자기가 어떤 기준에 행복을 느끼느냐는 각자만의 답이 있기에 기준이 높은 사람이 기준이 낮은 사람이 행복함을 느끼는 것에 뭐라 할 자격이 없다. 기준이 높은 경우 눈앞에 보인 것은 제쳐둔 채 욕심만 바라고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행복감에 짜증, 분노, 우울등의 해로운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경우는 그랬던 것 같다.
예전 회차 모임을 진행할 때 행복에 관해 다들 이야기할 때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것에 어떤 멤버는 기준을 낮추기가 당최 가능한 거냐라며 반문했고 나도 사실 그 답을 찾기가 어려웠고 설령 찾아 써도 기준의 멱살을 잡고 내리꽂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감이라는 것도 각자만의 답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이 역시 습관처럼, 혹은 관점을 바꾸는 것처럼 행복에 대한 답을 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행복감이 당연하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글쎄. 이미 기존에 부여된 기준에 원초적인 좋은 감정을 더해서 어느 순간 만들어진 거라 생각한다. 물론 큰돈, 여유, 건강이 찾아오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위적으로라도 어색한 감정에 이게 진짜 행복 맞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하다 보면 어떤 행복이 자기에게 맞는지 알게 될 것이다. 억지 행복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억지라는 것도 그 이상을 넘어가면 자연스러움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생각한다.
자책이 심한 경우 스스로 위로하듯 현재의 상태가 너무 불만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작은 것에 행복을 못 느끼면 큰 것이 찾아 온다해도 잠깐이다. 어느새 다른 높은 걸 바라는 끝도 없는 행복전쟁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