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5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오십 육 번째
벽돌시리즈 5권을 마치고 6권을 새로 시작합니다! 항상 꾸준히 찾아와주시며 관심읽게 읽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가 하는 불만에 누군가는 별것도 아니면서 아는 척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툭 까놓고 나는 내 일기에 쓰련다. 나는 명품을 좋아한다. 솔직하게 말이다. 당연히 원하고 사정이 여유로우면 살 것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명품의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허영심이 한몫한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불한 능력이 있으면 뭘 사든 상관없으며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물건을 사는 게 뭐 어떤가? 추억에 호소하며 누군가 액자를 팔듯이 말이다.
다만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침에 줄을 서며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다들 왜 그렇게 목을 매다는지 모르겠다. 그걸 보면 배 아픈 것도 맞다. "야 저 사람들은 시간도 많고 돈도 많나 보구나" "물가 올라서 다들 힘들다고 하는 거 다 뻥임" 같은 마음 속 울림 말이다. 생각을 해보면 명품이 가져다주는 특권의식은 결국 희소성이라는 건데 인터넷에서 지하철 한 칸에만 여자들 모두가 루이 X통 가방을 메고 있는 사진이 떠돌기도 했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너도나도 맨다면 별로 명품 사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명품업체들도 그걸 당연히 알아서 중국 보따리상들을 경계하고 입점된 백화점마다 공급 개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자기들의 허영과 특권 마케팅을 위해 어떻게든 유지하려 하지만 어떻게든 사려는 사람들은 이미 해외에서 사 오거나 굳이 백화점 아니더라도 병행수입처에서 사는 경우도 많다. 명품을 만드는 기업입장에선 희소성이 곧 매출이니 당연히 물건을 극히 제한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놀다 보니 이미 어느 정도 돈을 가진 이들은 다른 국가에 가서 사 오기도 하는 경우와 그리고 그걸 중고에 되파는 게 일상이라 나름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짝퉁까지 합세하면 "명품"의 기준조차 모호해진다. 나는 이 기준이 굉장히 추상적이라고 생각은 한다. 물건이 좋은 건 어느 순간 도찐개찐의 영역이고 가방이나 지갑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도 뭐 어떤 소는 황금 먹고 자란 소도 아니기에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의 중산층들은 소고기를 열심히 먹고 있어서 사람수만큼 소도 넘쳐나는 규모의 경제가 명품 제작에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래서 물건 자체의 질로만 따져보면 오히려 강하고 튼튼한 합성섬유 가방이나 낙하산 줄로 만든 지갑이 최고지만 그게 비싸냐고 친다면 오히려 반대다. 이미 옛날 동대문처럼 널리고 널린 채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 제 아무리 "수제"라고 자랑하는 명품업체는 몇 번 쓰다듬으면 실이 녹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감정이 여럿이듯 그 다양한 감정중에 자기는 특별하고 뭔가 다른 이들 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을 위한 물건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 업체들은 대게 전통과 시간이 흐른 스토리가 잡힌 선진국 업체들인 경우가 많고 동양에서 명품을 환장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서구권 유럽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처럼 소비시장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마치 그 물건을 사면은 뭔가 고급진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그것을 산다. 심지어 세탁소 고무대야 같은 장바구니를 그것도 똑같은 플라스틱이나 고무재질로 만들어 낸 것임에도 로고하나 붙여놓고 공식 홈페이지에 일반 바구니에 비해 몇백 배의 값으로 팔린다.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돈으로 그런 특권층의 감정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고귀하신 귀족의 티를 내보려 한다. 솔직히 나도 당연히 그렇고 누구나 그럴 것이다. 다만 그런 감정에 매몰되어 내가 지금은 콩나물 국밥을 먹고 있어도 죽어도 명품은 들고 다니는 사람, 내가 집은 없어도 차에서라도 자야겠다는 카푸어등등을 보면 한심한 생각도 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천박하다는 느낌도 당연히 든다.
명품에 담긴 감정 자체가 허세이며 특권의식 같은 감정들도 굳이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것도 되레 가볍고 천박하다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여야지. 뱁새가 황새 따라 하려다 다리 찢어지는 꼴이다. 나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 외제차 타고 싶고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으면 좋긴 하니까. 근데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이 명품이면 뭐를 입고 다니든 있어 보인다고.
손석희 아저씨가 차고 다니는 시계가 알고 보니 카시오 전자시계라고 2만 원 안팎으로 살 수 있는 시계였는데 정작 사진으로만 보면 실버톤이라 그런지 뭔가 있어 보인다. 손석희의 지적인 이미지와 결부되어 더더욱 사고 싶게 만든다. 오죽하면 인터넷에서도 손석희 시계라며 팔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 뭐냐. 길거리에 번화가에 나가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양아치끼 가득한 인간들이 온갖 금을 두르고 사람들 보이게 명품로고가 대문짝 만하게 박힌 것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걸 입고 싶을까?
업체도 아는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대중화된 이미지가 생겨버리면 더 이상 명품이 가진 메리트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아무튼 명품을 차고 다닐만한 사람이 차면 명품이 있어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먼저 자기부터 명품이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