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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21. 2024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았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8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팔십 구 번째


로마. 한때 지중해가 그들의 호수였던 나라, 서구 문명의 요람. 로마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로마제국 때 만들어졌던 배수시설이 여전히 몇몇 지역에서는 잘 돌아가고 있다. 로마가 깔아놓은 도로는 오늘날 현대 도로의 규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 오늘의 기준이 되었다. 로마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이나 로마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이들도 모두 로마가 이뤄놓은 흔적 그 자체를 부정하지 못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마찬가지로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았다. 로마가 왜 거대한 제국이 되었는가를 따져보면 다양한 설들이 많다. 다만 그 시작에서 찾는다면 아무래도 그들의 유연성에 기반하지 않았나 싶다. 그들 조상인 로물루스, 레무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시조들. 오늘날에는 단군신화처럼 그냥 신화일 뿐이며 추측컨대 이들의 기원이 동네방네 출처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곳이 곧 로마라고 한다.


로마가 덩치가 커지는 원인 중 하나는 그들이 다른 민족에 대해 배타적이기보다는 흡수하고 동화하는 식으로 로마시민이라는 특혜를 조건으로 점차 세를 불려 나갔다는 데 있었다. 앗시리아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최초로 통일했지만 얼마 못 가 거꾸러진 이유가 무엇인가? 피정복민과 타민족에게 극단적으로 잔인한 폭정을 저질렀기에 잊을만하면 반란이 곳곳에서 일어나 그 힘을 다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마는 다른 이민족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거나 동화시키는 방향으로 공동체의 수명을 연장시켜 나갔다. 로마 하면 떠오르는 사각방패와 짧은 칼로 무장한 군단들도 그 기원을 보노라면 다른 민족의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군제를 편성하기까지에 이른다. 정치적으로도 그때 당시에 아무래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의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듯 원로원이라는 집단 지도체제가 있었으며 또 견제하거나 지원받는 권력으로 국정을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이어나갔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로마의 전성기 그리고 개선문을 통과하는 승리가 연신 이어졌던 시기였고 화무십일홍이라고 로마도 서서히 가라앉게 되는데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처럼 갑자기 폭삭 망하는 건 아니었다. 로마 영토 바깥에서 연신 들이닥치는 이민족의 침입과 어느새 정복하다 보니 너무 넓어진 영토와 그에 따른 전선이 임계점에 달했고 내부적으론 황제가 암살당하고 쿠데타가 일어나는 식으로 난리가 나다 결국 동로마 그리고 서로마로 분리하게 된다.



하드리아노폴리스 전투 때 2만여 명의 군사 그리고 황제가 직접 나서서 총사령관이 되어 군대를 이끌고 고트족가 맞붙었지만 한순간의 판단미스로 난민무리로 로마의 공세에 온 가족이 몰살당할뻔한 고트족이 어느새 로마군을 포위하고 기세를 몰아 황제까지 전사하게 하자 힘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어지고 만다. 정규군도 아닌 고트족 난민들에게 박살이 나버린 군대 그리고 전사한 황제의 부재로 다시 수십 년간 고트족을 물리치기까지 고생한 시기도 있었다. 


이런 지점이 하나하나 누적이 될 때마다 로마라는 타이타닉호는 서서히 가라앉게 된다. 더군다나 그들이 야만적이라고 여기던 게르만족들이 어느새 로마의 전략전술 패턴에 익숙해지고 부족들의 정치도 고도화되면서 한낮 벌거숭이 야만인이 아닌 중장갑을 입고 숲 속의 정예 군대가 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편 기후도 안 좋아지고 아틸라라는 무슨 종말의 선지자가 나타난 것 마냥 훈족이라는 무적군대를 끌고 와 박살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마는 그들이 우습게 여기던 야만족들에게 정복당하고 동로마는 더 이상의 찬란한 로마가 아니게 된지라 지중해의 유일한 패권이자 초강대국 로마제국은 멸망하게 된다. 로마가 유연함으로 이민족을 동화시키고 그들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며 성장했으나 어느새 자기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까먹었다는 듯이 게르만족과 여타 타민족에 대해 배타적으로 나오자 그에 대한 반발로 앗시리아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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