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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22. 2024

스스로 만든 구덩이와 아무말 대잔치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9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 구십번째

하루종일 공동체 정산서와 씨름하다가 시계를 보니 11시가 지나있었다. 2시부터 시작된 한 해 정산은 숫자와의 싸움이였다. 물론 내일 오전까지 여기저기 물어봐야 할것 같긴 한데 여튼 수학에 ㅅ자도 못하는 내가 4자리 숫자 넘어가는 이 씨름에서 다시 돌아와 계산하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올해는 이러지 않으리라고 카시오 쌀집 계산기를 샀을꼬.. 혼자 있는데서도 욕이 나올 틈도 없었다. 그냥 미간이 찌뿌려진 채 온 신경을 곤두선채로 하다보니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문득 숫자와 씨름하는 이 세상 모든 직업이 경이로워 보였다. 뭐 요즘 누가 일일이 계산하고 있냐 하겠지만 도중에 실수한 항목들이 있어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야 해서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세금과 씨름해야 하고 몇퍼센트인지 계산해야하고 A4용지가 하나하나 쌓이고 열불나게 도장에 인주를 묻히고 다시 결제서에 쾅쾅 찍는다. 아침에는 통장이 어디갔는지 이리뒤지고 저리뒤지고 하다가 이내 포기해서 직인들고 다시 통장 재발급했다.


1리터짜리 커피를 들고 와서 연신 마시고 하다보니 어제 방 청소 했는데 종이들이 널부려져있다. 이래서 저번에 말한 미루기와의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고 결의를 다진다. 물론 시험끝나고 "아 이제 진짜 공부한다"라고 할수 있겠지만 숫자젬병인 내가 라디오 편집도 해야하는데 이러다간 진짜 큰일 날거 같다. 

어떻게 보면 맞아봐야 안다고 다시 한번 참교육을 스스로 당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인터넷도 말을 잘 안듣는다. 악명높은 액티브 X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공기관 시스템은 한숨이 나오며 정신없을 때 더 그러니 더 성가신다. 생각해보니 공무원들이나 관계자 모두 자기들도 불편할텐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어진 예산에 충실히, 입찰해 성공한 보안시스템을 마련한 것인지 가성비만 따지다가 사용자 편의성이 너무 없어 아쉽기만 하다.



이런저런 궁시렁아닌 궁시렁을 했는데 나중에 다시보면 이런일이 있었구나를 돌이켜보면 꽤나 웃긴일이기도 해서 그때 당시에는 세상에 고통받는 이가 왜 나뿐인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지나고 보면 왜 이렇게 심각했는지도 싶다. 시간에 쫓겨 환경에 쫓겨 그리고 스스로에게 쫓겨 그 압박감을 만든 것도 내가 일부분 공헌했다는 점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힘든 일을 돌이켜 그 위치를 바로잡는 것은 사실 자기가 기록하지 않는 이상에서야 대부분의 사건들이 그냥 잊혀져만 간다. 그래서 언제 했는지를 모르고 인상깊었던 장면만 떠오르지 그 내막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에 대한 기록 그리고 일기는 상당히 큰 이점을 가져다 준다. 가끔 누군가가 일기를 매일 쓰냐고 묻는데 초창기엔 매일이 아니라 몇개월에 한번 쓴적도 있어서 완벽하게 꼬박꼬박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록의 중요성, 성찰의 중요성을 안다면 일기는 주구장창 외쳐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단 몇줄 아니면 키워드만 적는 메모도 그게 어디냐의 관점에선 일기로 포함될수 있다 생각한다. 

여튼 오늘도 아무말 대잔치를 해보며 이제 뭐 좀 먹고 라디오 편집하러 가야겠다. 갑자기 성시경 삼촌이 생각난다. "잘자요~(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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