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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23. 2024

피곤한 사회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91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구십 일 번째


밤을 새웠다. 그래서 잠이 몰려온다. 2시간 이하로 자본 적이 오랜만이다. 누구는 이틀 꼬박 밤새우고 할 일 하고 몰아서 자는 경우도 있다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그렇게 해본 적도 없거니와 잠을 많이 자는 스타일이라 푸우욱 자야 심리적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법정 근로시간 마냥 나만의 법정 수면 시간이 8시간 정도인데 내가 정한 기준이 아니지만 보통 그 정도는 자야 건강에 유익하다고 하니 그렇게 자려고 한다. 



그래서 밤을 꼬박 새우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도 오전 중에는 무조건 잤는데 버티기 가장 힘든 건 피곤함 보다는 예민해지는 태도에 있다. 시침이 정오를 넘어가면 짜증의 빨간 게이지에도 불이 켜진다.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이 생리적으로 그런지는 몰라도 심리적인 요소도 한 몫한다. 안 잤기 때문에 피곤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지라 어떤 것에 몰입하지 않는 이상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고 하루종일 수면욕구결핍 상태다.


다른 나라 기사인가, 외신이 이야기 했던 것으로 문득 기억하는데 한국은 중노동 사회, 피곤한 사회라는 것을 타이틀로 주장을 펼쳐 냈던 것 같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사회 지배적인 건강상의 문제가 될 정도의 수면 부족이라면 이는 개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게 아니라 공중보건의 영역이기도 하고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비약 아니 비약도 해본다.


수면 부족이 가져다주는 해로움이 많지만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을 볼 때 놀라운 점은 최근에 다양한 심리학 분야를 알려주는 서적을 읽고 있는데 항공 계기판, 병원의 의료장비, 심지어 핵발전소의 설비의 버튼 하나하나 설계할 때 심리학자가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 놀라웠다. 즉 디스플레이의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관여하는데 크게 지각, 정신모형, 주의, 기억이 순식간에 판단해야 할 때 좌우한다는 것이다.



가령 길거리의 표지판이 왜 직관적이고 빨간색인지 대비되는 색깔로 표시를 명확하게 한다던지 왜 다른 지방에서는 알록달록한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지 그리고 1차적으로는 청각으로 경고하고 2차적으로는 시각도 함께 제공하며 경고를 보낸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미진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듯하다. 사용자 친화적인 정보 자극이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리는지 말이다.


냉전 때 핵전쟁이 여러 번 일어났을 뻔했다는 역사는 검색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늘에 구름모양이 적의 공격으로 오판 한 나머지 핵미사일 발사 직전까지 갔다던지 컴퓨터의 경고에 화들짝 놀라 모스크바에서 핵발사를 명령하기 전 천운으로 오류라고 판단하여 보고한 장교라던지 이야기가 다양하다. 지금은 모르지만 그때 당시에 불완전한 시스템에 단순히 운에 맡긴 채로 어쩌면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었는지도 모른다.


낭설인지는 모르나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은 오죽하면 핵잠수함에 타국 핵공격의 위험으로 유사시 총리의 친필이 쓰인 핵전쟁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도 이런 부분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각별히 주의를 하고 아무리 사람을 힘들게 훈련시킨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순간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 한 번의 실수가 지구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의 파괴력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후쿠시마 발전소도 도쿄전력 직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한몫한 것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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