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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Feb 25. 2024

아직 안 익었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9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구십 삼 번째



성찰할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는가? 자기의 기억을 하나하나 짚어 지금까지 나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되돌아보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며, 그 안에 자기가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반성할 만한 일들이 떠올릴 것이다. 한마디로 이 과정을 숙고하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김장 후 항아리에 넣고 푸우우욱 익기까지 놓아두는 것처럼 시간이 필요한 일을 또한 숙성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숙고도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흐르면 묵은 김치가 되어 감칠맛이 나듯이 생각도 그런 것 같다. 다만 그런 결과를 얻자고 끊임없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다 보면 소설가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고, 브레인스토밍 과정에도 필요할지는 모르나 자아성찰에서는 객관적인 시각 또한 필요하기에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숙고라는 것은 말이다. 자기관찰하는 데 있어 당연히 주관적 관점이 들어가는 것이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필요하다.


주관 개입이 대부분이라 가치판단이 베이스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도 같이 동반한다. 그래서 만약 당신 스스로 우울하거나 반대로 기분이 너무 업되어 있다 보면 숙고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또 한 가지 맹점은 평소의 자아에 대한 프레임이 짜여있는지라 만약 무기력한 자신을 상대로 그 안에서 나를 확증하거나 반증하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에 좋은 것을 더하려 한다면 시간 또한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외부에서 "자기 성찰을 해봅시다" 하며 시간을 마련하는 공적이 자리일 경우(예를 들어 워크숍, 세미나, 특강) 강의자의 견해가 너무 많이 개입이 되면 거부감이 생기는 데, 각자가 숙고할만한 시간이 자기가 살아온 시간만큼 길게 필요하기에 그 자리에서 금세 생겨난다 해도 흘러가는 강물에 거기서 두 손 모아 물을 한번 기른 것이나 다름없다. 또 발표할 때는 자기가 가진 생각 모든 것을 발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서 정말 깊숙한 것은 사적인 영역이니 이 시간을 넘어가고자 어느 정도 필터링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숙고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는 그런 시간적 여유를 투자하지 않아서 자기 판단에 유의미한 생각이 도출이 안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간만 흘려보내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할 수 있겠지만 당장 입원환자에게 침상 뺀다고 일하러 가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이게 타인에게 숙고나 아이디어를 요구한다면 그런 문제가 방금과 같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개인의 마음 현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일단 답답하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그리고 마음은 굴뚝같은데 쉽지가 않다. 내가 가끔 자정 바로 직전 글을 올리듯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미루기가 해소되는 듯하지만 그런 경우는 외부로부터 압력이 들어왔을 경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며 도움은 줄 수는 있겠지만 주관적 숙고의 영역을 극복하거나 조율하지 않으면 우리가 누구나 겪어본 작심삼일과의 영원한 싸움이 된다 추측해 본다.


그래서 숙고 혹은 의미 있는 생각이라는 열매가 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그렇다고 놀부심보처럼 땅을 놀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자아성찰을 하기 위해선 그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지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고심이 필요해 보인다. 행동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라고 주장한다 하면 맞는 말이지만 각 단계마다 필요한 숙제가 있다. 행동보다 생각이 필요한 시점에, 또한 숙고가 필요한 영역이 비단 자아성찰이나 아이디어 창출만이 또 아니다.


본인의 맥을 짚는다는 점에서 볼 때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줄지 모르는 중대사안이기도 하다. 담배를 끊는다던지, 내가 그 사람에게 너무 못되게 굴었다든지 하는 경우 단숨에 변화한다면 놀랄만한 일이지만 그 이면엔 결단, 그 이전엔 결단에 영향을 줄만한 숙고가 결정지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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