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 전쟁 초반부 0.1 ver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24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이십 사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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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은 말까지 써야 해" 교수님과 나와의 합의 사항이다. 지금은 거의 3월 말이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논문을 내가 여전히 미루고 미루다 쓰는 것을 보면 스스로 답답할 뿐이다. 그럼에도 글 제목에 0.1이라도 붙여진 것은 그래도 진전이 있다 생각해서 쓰고 있는 자가 보고서이기도 하다. 내가 미루기고 뭐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사실 공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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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된 습관 길들이기로 몇몇 습관은 이제 하는 데 있어 그리 큰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가끔 자정 넘어하는 경우도 "아이 이미 지난 거 일어나서 하지"라는 안일한 마인드였지만 이제는 "이거라도 하고 자야 해"라는 의무감이 든다. 그리고 스스로 하는 습관의 특성상 나 스스로 어떤 가치감이라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연구소에서 입자가속기에서 반물질 만들어낸 거나 다름없듯 극소량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천으로 떠난 멤버에게 해주었던 말이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0과 0.1은 다르다는 것이다. 분량이나 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했냐 안 했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뭐 별것도 아니지란 생각도 하루아침에 해보라고 하면 결코 불가능하듯이 자기 행동에 대한 결과는 곧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침대에 드러누워 잠만 자는 게 일상이었다면 그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생각하면 반대의 경우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가서 뭐라도 해봐라는 단순한 지인의 조언이 납득이 안 간다. 당연하다. 무슨 힘도 없어 죽겠는데 뭘 하라는 거야라는 말이 맞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이 주목해야 할 건 "나가서"가 아니다. "뭐라도"에 주목해야 한다. 정말 쓸데없는 행위도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방향과 결부되지 않는 의미 없는 행동이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느새 목적에 따른 행동을 이끌어내는 "중매쟁이"가 된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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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고무적인 결과는 그런 것이고 지금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운되어 있고 계속 미루고 싶고 외면하고 싶다. 웃긴 것은 그게 내게 굉장히 중요한 일임을 알고도 미룬다는 것이다. 또한 계속 습관을 만들어가면서 자신감이 뿜뿜 하냐라는 말도 스펙터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까지 체감하는 변화는 뜨뜻미지근한 온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 힘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남들 앞에 스스로 하는 습관에 대해 자랑할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예전 초반에 막 시작했을 무렵에 "나 이거 할 거임"이라고 이야기는 해놨는데 그때 당시에 게임도 하고 있고 오락가락할 때였다. 하지만 어느새 매일 실천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학자들은 66일 정도가 평균 습관 형성기간이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누구는 100일 될 수 있고 또 누구는 30일 만에 습관형성이라 느낄 수 있다.


멤버들한테는 "내 올해 목표는 그것뿐이다. 미루기와의 전쟁 승리"라는 거창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초반부라 밥 아직 멀었다. 반찬 재료만 갔다 놓고 이제 좀 뭘 할까 하는데 밥 먹을래! 떼쓰는 건 말이 안 된다. 논문과의 미루기는 어쩌면 큰 산이고 "와 언제 다하냐 막상 하려면 얼마나 해야 해 언제 다해"라며 구시렁 대지만 막상 하게 되면 열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하냐 안 하냐의 차이가 주는 시사점이 뭔지 다시 한번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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