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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07. 2024

누추한 곳에 압도적인 분이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9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구십 육 번째



날씨가 겁나 더웠다. 6월 초의 날씨에 이 정도 더위가 가능한지 싶을 정도였다. 아니면 망각의 요정이 지난해의 6월 날씨를 까먹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너어무 더웠다. 그래서 어떻게 했다? 바로 에어컨 가. 동. 선선 하이 저녁도 먹었겠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논문 수정을 마치고 나니 더더욱 심적 부담감에서 해방되니 오이만 없을 뿐이지 바로 눈에 얹고 누워서 베짱이가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상에서 받는 심리적 부담감이 이리 큰 줄 몰랐다. 마음 한켠에 계속 자리 잡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눈뜨고 눈 감으면서까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기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 이걸 스트레스로 표현해야 그나마 와닿을 수 있겠다. 스트레스의 한 단면을 들여다본다면 모종의 부담감이 좁디좁은 몇 평도 안 되는 마음속 공간에 텐트 치고 자리 잡고 있으니 내가 누울 자리가 없다.


부담감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어지고, 그만큼 힘들어지는 것만큼 스트레스 원이 사라지거나 해결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에 방을 빼는 순간 어느새 너무 개운하거나 쾌감마저 드는 경우도 있다. 희한하게 애증의 관계인지 뭔지 그가 차지하던 공간이 넓어지자 뭔가 허무하다고 할까? 아쉬운 감정도 일부 드는 복합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마음속에서 이어진다.


부담감을 비롯한 에너지를 갉아먹는 여러 친척을 한 자리에 데리고 오는 스트레스는 제 주인 행세를 하며 드러눕고 작업을 시작한다. 막막하다. 옛날이 그리워지기까지 하다. 내가 해결가능한 수준을 벗어나면 그때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것만큼 사실 100이면 100, 대다수의 스트레스는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제일 경우 해결하기 힘든 과제도 산적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빡세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쩌누. 가만히 있으면 일이 더 커지거나 사회적인 처벌이 기다리는 끔찍한 상황을 견딜 수는 없기에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과업에 대한 마감일자가 서서히 다가오면 미루기 천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감, 압박감의 이중 향연을 제대로 느끼며 밤새 한다거나 어찌저찌 눈떠보니 얼기설기 해내는 경우가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카운트다운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다시 보니 내가 이걸 어떻게 해냈나 싶기도 한다.


일의 접근 방법은 어쩌면 급한 불 끄기다. 어떤 것 때문에 미루든 아니면 그냥 너무 많은 압박감을 느끼든 간에 결국 해내거나 하기 마련이지만 건건마다 이렇게 대응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지는 건 눈에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판을 새로 짜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텐트 쳐놓은 스트레스라는 녀석이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양가감정에서 어떤 생각을, 힘들더라도 선택하고 그것만 바라보려고 해야 할 때가 있다.


왜냐면 다른 생각을 한다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고 너무 힘들어서 기절해 버릴지도 모르는 압도적 부담감에서 스트레스를 겪음에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견뎌낼지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정신줄을 붙잡기 위한 인내의 시각이라든지 이걸 도전으로 바라볼지 선택할 수는 있다. 한 가지 덧붙이 자면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뿅 하니 사라지는 마법과도 같은 효과를 바라서도 안된다. 되레 그것 때문에 더 힘들어 진다면 차라리 그런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끙끙 앓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스트레스가 주는 압박감에서도 그건 있는 대로(내가 어찌하지는 못하니) 본인은 본인의 시각대로 견디고 나아가는 것은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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